‘악귀씌었다’ 살해범 정신감정…“심신미약 아니다”

‘악귀씌었다’ 살해범 정신감정…“심신미약 아니다”

입력 2016-12-21 16:32
업데이트 2016-12-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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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의 악귀가 씌었다’며 어머니와 함께 여동생(25)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김 모(26) 씨에 대한 정신감정결과 ‘정상’ 판정이 나왔다.

21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1형사부(김병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아들 김 씨와 어머니 김 모(54) 씨의 살인 등 혐의 2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신과 의사 A 씨는 “아들 김 씨는 범행 직전과 직후 행동의 의미를 알고 행동했기 때문에 사회 변별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며 “범행 당시 심신은 미약이나 상실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앞서 첫 재판에서 아들 김씨가 심신 상실 상태에서 범행해 형사적 책임 능력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정신감정서의 증거채택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자 검찰은 정신감정을 했던 의사 A 씨를 이날 법정으로 불러 증언하게 했다.

A 씨는 “살인사건 7∼8시간 전 어머니가 정신병에 걸렸다고 판단해 외가에 전화로 알린 점, 여동생에게 악귀가 씌었다며 여동생과 뒤엉켜 있던 엄마가 자신에게 칼과 망치를 가져오라고 했을 때 ‘싫어요’라고 거부한 점 등을 보면 아들 김 씨는 사회 변별능력, 의사결정능력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범행 당시 이러한 능력에 문제가 없어 형사 책임 능력이 건재했다는 점에서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A 씨는 “여동생에게 악귀에 씌었다고 한 엄마 말처럼 그럴듯한 상황에서 아들은 윤리적, 도덕적 판단에 따르지 않고 권위의 대상인 엄마의 지시에 따른 것일 뿐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신과 의사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말해달라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인간 존재의 나약함을 생각하게 됐다. 누구도 아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같은 반응을 보였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 씨의 이 같은 말에 한 시간 가까이 피고인석에서 앉아 고개를 숙이거나 돌리며 시선을 피했던 아들 김 씨는 감정에 북받친 듯 흐느끼며 울음을 터뜨렸다.

아들과 달리 ‘심한 정신병적 증세를 보여 심신 상실로 추정된다’는 정신감정 결과가 나온 어머니 김 씨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느냐, 피해자를 보고 어떻게 느꼈느냐’는 재판장을 질문에 “기억나는 것도 안 나는 것도 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악귀가 씌었다고 느꼈다. 그 당시 저 자신에게 악귀가 씐 건데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 못 했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그렇게 했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제가 악귀가 됐다.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고 정말 보고 싶다”고 고개를 떨궜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나고 어머니 김 씨의 심리검사를 진행한 전문가를 변호인 측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16일 열린다.

김 씨 모자는 지난 8월 19일 오전 6시 40분께 시흥시 자신의 집에서 흉기와 둔기를 사용해 딸이자 여동생인 피해자(25)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 기르던 애완견이 으르렁거리자 “악귀가 씌었다”며 흉기를 이용해 먼저 죽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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