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의심 고양이, 야산서 새 잡아먹곤 해…시름시름 앓다 폐사”

“AI 의심 고양이, 야산서 새 잡아먹곤 해…시름시름 앓다 폐사”

입력 2016-12-30 22:17
업데이트 2016-12-3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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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서 고양이 4마리 폐사…당국, 주민 혈액 체취·정밀검사

“야산에서 새를 잡아와 다른 고양이와 먹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갑자기 시름시름 앓더니 죽었어요.”

조류인플루엔자(AI)에 걸려 폐사한 것으로 의심되는 고양이를 처음 발견해 신고한 A(57ㆍ여)씨는 30일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기자와 만나 “처음에는 새를 먹다 뼈가 목에 걸린 줄 알았는데, 길고양이가 죽더니 함께 생활하던 고양이 3마리까지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약 4년전부터 ‘깐둥이’라는 수컷 고양이 한 마리를 집 밖에 풀어놓고 키우며 다 큰 길고양이 2마리와 새끼 2마리 등 총 4마리의 밥도 챙겨주며 사실상 함께 키웠다.

다 큰 길고양이 한 마리가 이상한 증상을 보인 것은 지난 11월. 평소 들판에서 새를 잡아먹던 이 고양이는 침을 흘리고 밥을 잘 먹지 못하며 시름시름 앓더니 11월 말 죽었다.

약 1달 후 깐둥이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지난 25일 죽었고, 다음날 함께 지내던 새끼 길고양이 두마리도 폐사했다.

이상하다고 느낀 A씨는 마을 부녀회장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고, 부녀회장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고했다고 한다.

고양이 폐사체가 발견된 곳은 포천에서 지난달 22일 H5N6형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한 산란계 농가에서 2㎞ 떨어진 곳이다.

현재까지 조사한 결과 AI 바이러스 유형 가운데 ‘H5’형까지는 확인됐으며,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고병원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고병원성 여부는 31일께 나올 예정이다.

당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길고양이 7마리(어미 1마리, 새끼 6마리)가 A씨의 집에 먹이를 구하기 위해 찾아왔으며 이들 고양이는 폐사한 깐둥이와 가족관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조사 결과 AI 양성반응이 나오자 관계 당국은 A씨와 A씨의 집을 드나들던 이웃 주민들의 혈액을 채취하는 등 정밀 검사했다. 또, A씨 등에 외출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A씨는 “집 밖에 못 나가는 점도 불편하지만, 혹시나 전염이 될까 봐 불안하다”며 “집안에 키우던 개도 혈액 검사를 하기 위해 피를 뽑았는데,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들도 다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민 B(55)씨는 “사람에게는 전염된 경우가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새보다는 고양이가 사람이랑 가까워서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질병 관리본부 관계자는 “고양이가 AI에 감염되는 사례는 종종 있다”며 “다만 AI에 감염된 고양이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다시 옮긴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확한 감염 경로는 조사 중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AI에 감염돼 폐사한 야생조류를 고양이가 먹어 감염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며 “일단 인체 감염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지만 고양이와 접촉한 사람이 있는 만큼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AI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고양이가 야생동물이라 폐사한 장소 주변에 별도의 방역대를 설치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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