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변경 불가”→“외부 충격 탓”… 정권 바뀌자 뒤바뀐 진단서

“사인 변경 불가”→“외부 충격 탓”… 정권 바뀌자 뒤바뀐 진단서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17-06-15 22:52
업데이트 2017-06-16 01:0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서울대병원 9개월 만에 변경 배경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한 배경을 두고 서울대병원은 정권 교체나 최근 시작된 감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초 유족들이 진단서 수정을 요청해 와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망진단서 수정은 의료법상 불가하고, 병원 창립 이래 선례도 없다고 주장했던 것을 감안하면 병원 측의 설명에도 다분히 ‘정치적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직 내 젊은 의사들의 지속적인 요구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지 확대
서창석 원장 대신 부원장이 사과
서창석 원장 대신 부원장이 사과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한 이유에 대한 설명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서창석 병원장은 보이지 않았으며, 사과 또한 없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15일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사망진단서 논란과 관련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6개월 전부터 논의한 사안”이라며 “해당 전공의가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수정 권고를 받아들여 사망진단서를 수정하게 됐을 뿐 어떤 외부적 압력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병원 측은 “의사 판단에 (병원이) 개입할 수 없으나 지난 1월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진단서 수정과 위자료 청구를 해 와서 병원이 직접 개입했다”고 부연했다.
이미지 확대
이번 결정이 인권 문제를 중시하는 정권 교체와 맥을 같이한다는 주장도 많다. 병원의 ‘병사’ 진단서는 경찰이 지난해 10월 말 2차례에 걸쳐 시신에 대한 부검 강제집행을 시도하는 근거가 됐다. 또 서울대병원과 서울의대의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초 ‘진단서가 일반적인 작성 지침과 달랐지만 담당 교수가 주치의로서 진정성을 가지고 작성했다’는 결론을 냈다.

당시 큰 사회적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침묵하다가 지난 1월에야 움직인 점, 지난 14일부터 감사원의 기관운영 종합감사가 진행된다는 점 등에서도 수정 시점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병원 측은 전공의가 소속된 신경외과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원로교수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하고 조율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감사에 의한 조치로 이 같은 결정을 할 정도로 서울대병원이 무책임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젊은 의사는 “내부에서 진단서 문제로 계속 논란이 있었고,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수정 요구가 지속됐다”며 “병원이 마침내 변화를 결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내 어린이병원 1층 소아임상 제2강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서창석 병원장은 자리하지 않았다. 2014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았던 서 원장은 지난해 10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국정 감사에서 ‘병사’로 기록된 고인의 사망진단서 사망 분류를 고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사망진단서 변경 권한은 의료법 제17조에 의해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병원 측은 서 병원장이 직접 공개 사과를 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7-06-16 8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