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줄도 올림픽 재미”… 암표 쫓고 평창을 즐겼다

“긴 줄도 올림픽 재미”… 암표 쫓고 평창을 즐겼다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18-02-25 21:52
업데이트 2018-02-2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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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빛낸 시민의식

1시간 기다려도 정정당당 구매
선수 배려 ‘침묵 응원’ 등 호평


지자체 등 단체 예매 후 ‘노쇼’
부실한 식당 메뉴 등 오점 남겨


“바로 입장할 수 있는 티켓입니다.”(강릉 올림픽파크 암표상)

“에이, 됐어요. 기다리는 것도 재미죠.”(한 40대 관람객)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강릉 올림픽파크 북문 매표소 앞에 늘어선 수많은 인파 사이에 한 암표상이 관람객인 척 파고들어 입장권을 팔고 있었다. 2000원짜리 입장권 1장당 1만원에 거래를 시도했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 마지막 주말이다 보니 입장권을 사는 데에만 1시간 이상 걸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암표를 사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한 관람객은 “기다리지 않고 빨리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 보는 앞에서 암표를 사는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느냐”며 기꺼이 기약 없이 긴 대기 행렬 속으로 들어갔다. 암표상은 사 놓은 입장권이 팔리지 않자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람객들의 성숙된 시민의식은 올림픽파크 곳곳에서 빛났다. 올림픽 기념품 매장인 ‘슈퍼스토어’의 입장 대기열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지만 새치기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컬링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이 투구할 땐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극도의 침묵이 흘렀다가 투구가 끝남과 동시에 응원·환호·탄성이 쏟아졌다. 선수들에 대한 관중의 배려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올림픽파크에서 파는 음식은 ‘옥에 티’였다는 목소리가 컸다. 가족과 함께 올림픽파크를 찾은 손모(40)씨는 “덮밥,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등은 1만원이 넘는데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매점에서 파는 군만두 등도 5000원이라는 가격에 어울리지 않았다. 또 몰린 인파 규모에 비해 음식점 시설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패스트푸드점도 대기 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는 ‘슬로’푸드점으로 전락했다. 올림픽 공식 후원 업체들의 홍보관을 놓고도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하기에는 규모와 수용 측면에서 턱없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올림픽 경기 노쇼(예약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 사태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벌어진 티켓 사기, 강릉·평창 인근 숙박 업소들의 ‘바가지 숙박비’ 등도 이번 올림픽의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매진돼 예매가 아예 불가능했던 경기인데도 당일 현장의 관람석은 텅 비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단체로 예매한 입장권이 대거 노쇼 사태를 맞았던 것이 한 원인이었다.

강릉과 평창 인근의 숙박 업소들은 1박에 100만원을 받는 등 ‘올림픽 바가지’를 노리다 결국 막판에 관람객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속출하는 빈방을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강릉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서울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2018-02-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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