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임종헌 변호사등록’ 잇단 청탁”…국회로비 수사 불가피

“의원들 ‘임종헌 변호사등록’ 잇단 청탁”…국회로비 수사 불가피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7-03 09:41
업데이트 2018-07-0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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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변협 내부회의 녹취록 입수…“임종헌, 법사위 장악력 놀라워”

대한변호사협회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변호사 등록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의 막강한 국회 로비력을 방증하는 정황이 확인돼 검찰 수사 추이가 주목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대한변협이 지난해 6월26일 개최한 내부회의에서 오간 대화는 임 전 차장 등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국회의원들과 얼마나 끈끈한 관계를 맺었는지 보여준다.

3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당시 대한변협의 변호사직역대책특별위원회 녹취록을 보면 변협의 한 고위 임원은 국회의원 여러 명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임 전 차장의 변호사 등록을 청탁했다고 전했다.

임 전 차장은 퇴임 이후 지난해 6월20일 변호사등록심사위원회에서 등록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변협 집행부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연루된 임 전 차장의 등록을 주저하던 상황이었다.

한 고위 임원은 회의에서 “제가 만나고 싶었던 A, B 의원이 안 만나주다가 임 전 차장이 부탁하니까 단번에 면담이 실현됐다”며 “(임 전 차장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C 의원한테서 계속 전화가 오고 D 의원한테도 오고, A, B 등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탁 전화를 한 것으로 언급된 여야 국회의원은 모두 4명으로,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으로 근무한 2012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법사위에서 활동했거나 판사 출신 경력을 지닌 국회의원이다.

또 다른 참석자는 “B 의원이 대놓고 부탁을 하더라”며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그 논의할 때 나가버리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변협이 반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만장일치제인 법사위 2소위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아예 회의에서 빠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청탁 전화를 먼저 언급한 변협 임원은 “(임 전 차장이) 4년 반 법원행정처에서 국회 업무만 했기 때문에 법사위 장악력은 놀라울 정도다. 이 사람이 변호사 직역 수호에 힘이 돼 준다면 솔직히 변호사 만 명에 해당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국회 인맥을 과시하며 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부탁한 것으로 보이는 임 전 차장의 처신은 비단 퇴임한 고위 법관의 부적절한 행동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의 변호사 등록 문제에 국회의원들을 동원할 정도라면, 재임 시절에도 국회 인맥을 활용해 변협을 우회적으로 압박하지 않았겠냐는 의혹을 낳는다.

변협 임원을 지낸 한 법조계 인사는 “상고법원에 반대하니까 법원이 법사위를 통해서 법률 개정안으로 압박을 많이 했을 것으로 본다”며 “법원이 법사위원들을 상대로 입법 로비를 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국회 법사위원장이 법원행정처장을 30년 지기 친구처럼 대할 정도”라고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매년 예산 정국이 다가올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같은 당 인사의 형사재판이나 지역구 내 법원 현안 등을 사법부에 부탁하는 등 ‘부당거래’가 있다는 풍문이 떠돌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형식상 국회 피감기관에 불과한 법원행정처 간부가 국회의원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적지 않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과 당시 법원행정처 간부들의 동선을 꼼꼼히 재구성해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피해자 격인 변협 전직 집행부 등의 진술이 추가로 나올 경우, 법원행정처의 정상적 업무 범위를 넘어선 국회 상대 활동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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