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제66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조현오 경찰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1.10.2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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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작전을 지휘한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상급자인 강희랑 경찰청장의 반대도 무시하고 직접 청와대와 접촉해 작전을 승인받았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쌍용차 노조 파업농성 진압 당시 경찰 공권력 행사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면서 경찰청에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한 국가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를 권고했다.
●조현오 경기청장, 경찰청장 무시하고 청와대 접촉해 작전 승인받아
조사위에 따르면 당시 경기경찰청은 2009년 6월부터 노사협상 결렬에 대비해 파업농성 강제진압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특히 이 진압 계획은 사측과 긴밀한 협조를 거쳐 수립됐다고 조사위는 판단했다.
당시 경기청은 사측의 경찰권 발동 요청서 접수, 법원의 체포영장·압수수색 발부, 공장 진입 시 사측과 동행, 단전·단수 등 공장 내 차단 조치, 체포 노조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등 상세한 계획을 진작부터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경기청 소속 경찰관 50명으로 ‘인터넷 대응팀’을 꾸려 온라인에 노조원들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댓글과 영상 등을 올렸다. 오프라인에서도 당시 시위용품 사진 등을 전시하는 등 경찰이 여론전에 적극 나섰다.
그해 8월 4~5일 경찰측공대를 투입해 이뤄진 강제진압 작전은 당시 경기청이 상급기관인 경찰청을 건너뛰고 이명박 정부 청와대 고용노동담당 비서관과 직접 접촉해 최종 승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쌍용차 2차 진압작전이 시작된 5일 오전 평택 쌍용차공장 내 조립공장 옥상에 투입된 경찰특공대가 노조원들을 곤봉 등으로 진압하고 있다. 2009.8.5
경인일보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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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락 전 청장은 8월 4일 경찰 병력이 쌍용차 공장 안으로 대규모 진입할 당시 경기경찰청으로부터 해당 사실을 보고받지도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본청과 경기청 간의 의견 대립, 청와대 승인 등은 강희락 전 청장과 조현오 전 경기청장 등 관련자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최루액 섞은 물 20만ℓ 살수…테러 진압하듯 작전
당시 파업 농성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은 대테러장비로 분류됐던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를 노조원들을 향해 사용했다.
또 헬리콥터를 저공 비행시켜 하강풍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노조원을 해산하는, 일명 ‘바람 작전’도 펼쳤다.
3일 사측 용역 요원들이 지게차를 동원해 공장 앞 바리케이드를 치우자 노조원들이 새총과 화염병으로 맞서고 경찰 헬기가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2009.8.3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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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는 테러범이나 강력범 진압에 쓰여야 할 대테러장비를 노조원들에게 사용한 점, 시위를 해산하려고 헬기로 최루액을 혼합살수한 점은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 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의 이 같은 위법행위에는 직권남용,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으나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또한 사측 경비용역과 파업에 불참한 구사대가 파업 노조원과 시민단체, 가족대책위 회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사실상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경찰은 쌍용차 노조가 파업 사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들을 추모하려고 설치한 대한문 분향소에서 열리던 각종 행사와 집회, 기자회견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참가자들의 이동을 막기도 했다.
4일 오전 기습적인 철거가 이루어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농성장에서 중구청 직원들이 철거된 분향소 자리에 화단을 만들고 있다. 2013.4.4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아울러 경찰이 진압 작전 당시 입은 각종 물적 피해 등과 관련해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6억 6900만원 규모의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 가압류 사건을 취하하라고 경찰청에 권고했다.
조사위는 노사 자율로 해결할 노동쟁의 사안을 당시 청와대가 경찰 물리력을 이용해 해결하려 한 사실이 있는 만큼 정부도 노동자들과 가족에게 피해를 사과하고 명예회복과 치유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조사위는 “이번 사건은 노사 자율 원칙으로 해결돼야 할 노동쟁의가 경찰에 의해 강제로 해결될 때 생길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잘 보여준다”면서 “향후 경찰력이 노동쟁의 현장에 투입될 때 경계할 선례로 기억되기로 바란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