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빈곤층’ 年 1100만원 벌어 1256만원 빚 갚아

‘근로 빈곤층’ 年 1100만원 벌어 1256만원 빚 갚아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8-10-16 22:28
업데이트 2018-10-17 00:0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보건사회연구원 실태 보고서

20~64세 근로연령 가구주 가구의 13%
담보대출 등 부채 총액 평균 5647만원

극빈층인 ‘근로 빈곤층’은 해마다 가구당 1100만원을 벌지만 빚을 갚는 데 1256만원을 써 ‘빚 돌려막기’로 근근이 생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 빈곤층은 가구원 중에 1명 이상이 일을 해도 소득이 너무 낮아 빈곤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정을 의미한다. 20~64세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정 10곳 중 1곳이 이런 ‘부채의 늪’에서 허덕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근로 빈곤층 가계부채의 실태와 향후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 빈곤 가구는 20~64세 근로연령 가구주 가구의 13.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구들은 한부모 가구(20.7%), 월세 가구(31.8%) 비율이 전체 평균의 두 배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2016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부채’였다. 근로 빈곤 가구의 연평균 가처분소득(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은 1100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4628만원)의 23.8%에 불과했다. 반면 근로 빈곤 가구의 이자를 포함한 연평균 부채 상환액은 가처분소득의 114.2%인 1256만원이나 됐다. 소득 1100만원을 뺀 빚 156만원은 돌려막기로 충당한다는 의미다. 이 가구들의 부채총액은 평균 5647만원이었다.

부채는 담보대출 비중이 63.2%로 가장 많았지만 고금리인 신용대출, 신용카드 대출 비중도 15.0%나 됐다. 그래서 또 빚을 지는 근로 빈곤 가구는 60.1%였다. 4가구 중 1가구는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연체했다.

전문가들은 빚에 짓눌리는 극빈층의 상황을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해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노대명 보사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가계부채 대책이 금융대책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근로 빈곤층의 취업 여건을 개선하고 사회보장 체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8-10-17 6면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