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시 대출용도 달리 말했어도 무조건 사기죄 성립하지는 않아

신용대출 시 대출용도 달리 말했어도 무조건 사기죄 성립하지는 않아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5-08 11:34
업데이트 2019-05-0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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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대법원 판결을 보면 대출금 용도를 속이고 대출을 받은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이 내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금융기관에서는 대출받는 사람의 신용도, 담보 제공 여부, 소득, 재산, 기타 연체 여부, 대출금 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여 대출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단지 대출금 사용 용도에 관해 다르게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죄를 인정하는 것은 대출받은 사람을 무조건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과 같아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에서는 대출금 용도에 대해 실제와 다르게 말하였더라도 대출받은 사람이 대출금을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다고 판단, 금융기관의 사기죄 고소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의 주인공인 김 씨는 지인들과 동업 중인 회사의 운영자금이 필요하여 은행 계열사인 캐피털 회사로부터 신용대출 7000만 원을 받기 위해 대출 신청을 하였다. 캐피털 대출 담당 직원은 김 씨에게 당연히 대출금의 용도를 질문하였고, 김 씨는 회사에 대한 운영자금 투입을 자세히 설명하기 번거로워 단순히 부동산(상가) 구입 용도라고 말했다.

대출 당시 김 씨는 아파트 소유자이자 동업 중인 회사로부터 고정 급여도 받고 있었으며, 신용등급도 양호하였기 때문에 캐피털 회사는 김 씨에게 신용대출로 7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이후 김 씨는 대출금 7000만 원을 동업 중인 회사에 투입하였으나 동업자들 사이의 분쟁과 영업환경 악화로 회사가 급속히 어려워지면서 김 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아파트를 매각하여 기존 신용카드 채무 등을 변제, 개인회생을 신청하게 되었다. 다만 김 씨는 돈이 부족해 캐피털 회사의 대출금만 변제하지 못한 상태였다.

대출받은 지 7개월 만에 개인회생 신청을 한 김 씨에 대해 캐피털 회사는 경찰서에 사기죄로 고소하였다. 그러나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검사는 이 대출이 대출금 용도의 정함이 없는 개인 신용대출이었고, 김 씨가 대출금을 실제로 운영 중인 회사에 투입하였으며, 대출 당시 김 씨의 신용도가 양호했다는 점을 이유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다고 보아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유로의 박상철, 김화철 변호사는 이번 불기소 결정에 대해 “대출금 용도라는 한 가지 기준만으로 사기죄 성립을 인정하는 일부 법원 판결은 부당하며 대출금 용도가 결정적인 대출 실행 조건이 아닌 이상 형사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라며 “앞으로 많은 대출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선례”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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