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표창장 위조, 해 보니 불가능”…檢 “만들 필요없다”(종합)

정경심 “표창장 위조, 해 보니 불가능”…檢 “만들 필요없다”(종합)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8-20 22:53
업데이트 2020-08-20 23:1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재판부, 정씨 측에 “근본적으로 표창장 파일이 왜 정씨 PC에 있는지 의문”

정씨 측 대검 포렌식 팀장 증인 신문서 주장
표창장 파일 발견에 “정씨 모르게 백업된 듯”
이미지 확대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8.13  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8.13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자녀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해 법정에서 검찰 설명대로 위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복원된 파일을 역으로 가니 직인 파일이 다 만들어져 있었다. 만들 필요 없다”고 반박했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대검찰청 디지털 포렌식 담당 팀장 이모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씨는 동양대 강사 휴게실 PC의 디지털 포렌식을 맡은 인물이다.

정씨 “PC에 파일 이미지 보정 위한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 흔적 없다”

檢 동양대 PC서 위조 당시 ‘타임라인’ 제시
檢 “표창장 위조 시기, 정씨 집서 PC 사용”


검찰은 지난달 23일 재판에서 이씨를 증인으로 신문하면서 2013년 6월 16일 해당 PC에서 생성된 파일들의 ‘타임라인’을 제시하며 표창장 위조 과정을 설명했다.

검찰은 PC에 할당된 IP 흔적을 복원해 보면, 위조가 이뤄진 시기에 PC는 동양대가 아닌 정 교수의 주거지에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이 준비할 시간을 요청해 반대신문은 한 달이 지나 이뤄졌다.

변호인은 이날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 등을 실제로 캡처해 보면 용량과 해상도가 낮은 파일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크기에 맞춰 파일을 캡처하려면 이미지 보정을 할 필요가 있는데, PC에는 포토샵과 같은 프로그램이 설치된 흔적이 없다는 주장도 했다.

복원된 IP 주소와 관련해서도, 이는 사설 공유기를 사용하면 나타나는 IP인 만큼 동양대에서 고정 IP가 아닌 공유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이미지 확대
박지원 의원, ‘조국 후보자 딸 동양대 표창장 공개’
박지원 의원, ‘조국 후보자 딸 동양대 표창장 공개’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 딸 동양대학교 표창을 공개하고 있다. 2019.9.6
뉴스1
검찰 “직인 파일 사용자는 정경심” 반박
검찰은 변호인의 주장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분석해서 복원된 파일을 역으로 가 보니 (직인 등) 파일들이 다 있더라. 그것을 누가 사용했느지 보니 피고인의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 측의 주장을 ‘우리가 만들어봤는데 잘 안 된다’라고, 검찰의 주장을 ‘만들어진 파일인데 무슨 말이냐’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검찰 측에는 “시간 되면 검찰이 처음부터 만드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 교수 측 주장에 대해 “만들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
이미지 확대
굳게 닫힌 정경심 사무실
굳게 닫힌 정경심 사무실 사문서위조 혐의를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이 17일 국회에 제출됐다. 검찰은 정 교수가 딸의 대학원 진학을 돕기 위해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을 임의로 만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지난 8일 경북 영주 동양대의 정 교수 연구실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
영주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
지난 6일 박지원 무소속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공개한 조 후보자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사진. 박 의원은 8일 이 사진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후보자 또는 후보자 딸이나 검찰에서 입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6일 박지원 무소속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공개한 조 후보자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사진. 박 의원은 8일 이 사진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후보자 또는 후보자 딸이나 검찰에서 입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씨 측 “해보니 픽셀 등 문제로 불가능”
재판부 “우리가 못 만드니 불가능은 좀”

정씨 측 “표창장 파일은 직원이 만들었을 것”

재판부는 정 교수 측에는 “우리가 못 만드니까 불가능하다는 것은 조금 (설득력이 떨어진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 교수 변호인은 “‘내가 해봤는데 안 된다’는 정도가 아니고, 픽셀 등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재판부는 재차 “근본적으로 표창장 파일이 왜 거기(동양대 PC)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정 교수의 변호인은 “직원이 동양대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전에도 변호인은 이 PC에서 표창장 파일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모르는 사이에 백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었다.
이미지 확대
사모펀드와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7.23 뉴스1
사모펀드와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7.23
뉴스1
조국 자산관리인 “정경심, 증거은닉 지시”
“‘압수수색 대비 교체해야 한다’ 했다”

한편 이날 정 교수의 하드디스크(HDD) 등 증거를 숨겨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38)씨는 이날 정 교수의 요청을 받고 범행했다고 증언했다.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이날 정 교수에 대한 공판에 김씨를 검찰 측 증인으로 불러 심문했다.

김씨는 검찰 조사 당시 “정 교수가 ‘압수수색에 대비해 교체하려 한다’며 하드디스크를 교체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날 증인 신문에서 김씨에게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진술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또 지난해 8월 28일 조 전 장관 자택에서 정 교수가 자신에게 “검찰에 배신당했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가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 있어 하드디스크를 교체해야 한다”며 컴퓨터를 분해할 수 있는지 김씨에게 물었고, 이에 김씨가 “해본 적은 없지만 하면 된다”며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이미지 확대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오후 속개된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7.2  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오후 속개된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7.2
연합뉴스
김경록 “정경심, 남부터미널 전자상가서
하드디스크 사오라고 해서 사서 교체”

김씨는 당시 정 교수로부터 “남부터미널 근처에 전자상가가 있으니까 하드디스크를 사 오라”는 말을 듣고 정 교수의 카드를 받아 전자상가에서 하드디스크를 구매해 교체했다고 한다.

이날 김씨의 증언 대부분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 진술한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진술 내용은 앞서 김씨에 대한 1심 공판에서도 공개된 바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증거인멸의 공범이 아닌 교사범이라는 주장을 펴기 위해 이 같은 김씨의 진술을 재차 법정에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에게 적용한 혐의는 증거은닉 교사다.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은닉한 것은 법적으로 죄를 물을 수 없지만, 타인이 증거를 은닉하도록 한 것은 죄가 될 수 있다.
이미지 확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檢, 조국 부부에 증거은닉 교사 혐의 적용
정씨 “교사 아닌 증거은닉 공범으로 무죄”

김경록 “조국, ‘아내 도와줘 고맙다’고 했다”
“조국 아들 저장장치도 교체 주문해줬다”


이에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정 교수가 김씨에게 증거 은닉을 교사한 교사범이 아닌 공동으로 증거를 은닉한 공범에 해당해 죄가 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1심에서 증거은닉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1심 재판부는 정 교수와 김씨의 공범 관계를 판단하지 않았다.

한편 김씨는 이날 재판에서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려던 중 귀가한 조 전 장관에게서 “아내를 도와줘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재차 증언했다.

김씨는 또 조 전 장관의 아들이 저장장치의 일종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교체하도록 자신이 인터넷으로 SSD를 주문해줬으며, 교체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조 전 장관 아들이 “남들이 보면 부끄러운 것이 있어서”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
이미지 확대
공판 출석하는 정경심 교수
공판 출석하는 정경심 교수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0일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8.20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