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서울대 ‘디비즈’, 작년 특별재난지역 반지하 3만 5518가구 조사
침수 우려 반지하, 전체의 4.64%
대림동 573가구 ‘위험’… 24% 수준
신림 336·사당 256·상도 167가구
“물막이판 어디에 있는지 몰라”
철사로만 고정… 빗물 막기 역부족
“비 오면 불안해서 잠도 잘 못 자요”

4개구 반지하 전수조사
28일 서울신문·서울대 디비즈팀 조사 결과 지난해 침수 피해가 컸던 4개 구의 침수 우려 반지하 가구는 1648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4.64%다. 강수 특성상 올여름 서울 남부권에 폭우가 집중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난해와 같은 물난리가 난다면 이 가구들은 침수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침수 우려 반지하 가구는 건축물대장에서 지하층이 포함된 주택용 건물을 지하·반지하 가구로 분류한 뒤 해당 가구 중 서울시의 ‘침수 흔적도’(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나타낸 지도)와 ‘침수 예상도’(시간당 100㎜의 집중호우 발생 때 침수 예상 지역을 나타낸 지도)에 동시에 포함되면서 건물의 사용 연수가 20년이 경과한 노후 건축물로 한정했다.
대림동, 4개 자치구 중 침수 우려 가구 반지하 최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오른쪽 아래 QR코드를 인식하면 ‘인터랙티브 반지하 지도’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지난 25~26일 침수가 우려되는 반지하 밀집 지역을 둘러보니 물막이판(차수판)을 설치한 곳도 있었지만 대비가 전혀 안 돼 있거나 물막이판 설치법을 모르는 주민도 많았다.
며칠 전 고령의 어머니와 함께 대림동의 한 반지하 건물로 이사 온 김정현(54·가명)씨의 집 현관문에는 물막이판을 장착할 수 있는 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김씨는 “이사 올 때 집주인이 설치 방법을 알려 준 적이 없고 물막이판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 반지하 주택 입구에 설치된 물막이판은 철사 고리로 느슨하게 고정돼 있어 갑작스럽게 불어나는 빗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장마가 시작된 지난 26일 찾아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은 물막이판(차수판)이 설치돼 있지 않아 폭우가 쏟아지면 창문 사이로 빗물이 흘러들어 침수될 우려가 높아 보였다. 손지연 기자
지난해 폭우로 130여곳의 점포 중 50여곳이 침수 피해를 본 사당동 남성사계시장에서도 물막이판을 설치한 점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산물을 파는 한 상인은 “손님들이 물건 구경하는 데 불편하다고 해서 물막이판을 분리해 구석에 놔뒀다”고 밝혔다.
김진유 경기대 스마트시티공학부 교수는 “자율방범대 같은 임시 조직을 만들어 물막이판 설치법을 알려 주고 대피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2023-06-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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