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 25일 남긴 교통사고 위장살인 15년만에 확인한 통화내역에 덜미

시효 25일 남긴 교통사고 위장살인 15년만에 확인한 통화내역에 덜미

입력 2013-12-04 00:00
업데이트 2013-12-04 00:2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내연남과 공모… 前남편 살해

1998년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전 남편을 살해하고 교통 사고로 위장한 50대 여성과 내연남이 공소시효 만료 25일을 앞두고 붙잡혔다. 15년 만에 범인을 잡았지만, 당시 경찰이 허위 알리바이를 깰 수 있는 통화 내역 등을 간과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억울한 죽음’을 일찍 밝혀낼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전 남편을 살해한 신모(58·여)씨와 내연남 채모(63)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신씨와 채씨는 1998년 12월 20일 오후 10시쯤 전북 군산시 야산에서 술에 취한 신씨의 전 남편 강모(당시 48세)씨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1992년부터 채씨와 내연 관계였으며 남편과는 1997년 9월 이혼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전 남편 강씨에게 “채씨와의 관계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며 유인했고, 채씨는 절구공이 등으로 강씨의 머리를 때려 살해했다. 이들은 시신을 승용차에 옮겨 실었고, 차량은 2㎞가량 내리막길을 가다 돼지축사에 부딪쳤다.

앞서 신씨는 1997년 7월부터 1998년 6월까지 남편 명의로 3개의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수령액은 모두 5억 7500만원으로, 이혼 전에 가입한 보험 상품의 수급자로는 신씨 자신을, 이혼 후에는 딸(37)을 수급자로 했다. 신씨는 또 딸이 계약한 것처럼 속였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강씨의 사인이 ‘둔기에 의한 다발성 충격에 따른 타살 가능성’으로 나오면서 신씨는 보험사와의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2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로 1억원만 받았다. 신씨와 채씨는 보험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사이가 틀어져 헤어졌다.

당시 군산경찰서는 부검 결과를 토대로 신씨와 채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였지만 조작된 알리바이에 가로막혔다. 신씨는 딸에게 ‘엄마와 집에 있었다’고 진술을 강요해 용의선상에서 벗어났고, 채씨도 허위 알리바이를 통해 수사망을 피했다. 군산경찰서는 지문 등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데다 조작된 알리바이를 깨지 못하면서 2006년 수사를 종결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9월 첩보를 입수해 재수사에 들어갔다. 통신 수사를 통해 범행 당시 ‘엄마가 집에 있었다’고 진술한 딸이 무선호출기(삐삐)로 신씨를 호출했고 서로 통화했던 내역이 드러났다. 여기에 채씨의 주변인을 설득해 알리바이가 거짓이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신씨와 채씨는 “상호 보증을 섰다가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했다”고 털어놓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통신수사 기법이 세밀하지 못했고 딸과 엄마의 통화 내역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3-12-04 9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