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아파트 화재] 1층서 불길 ‘탈출구’ 막혀…주민들 유독가스 피해 옥상으로

[의정부 아파트 화재] 1층서 불길 ‘탈출구’ 막혀…주민들 유독가스 피해 옥상으로

입력 2015-01-11 23:58
업데이트 2015-01-12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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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 128명… 피해 왜 컸나

월 소득 200만원이 갓 넘는 20~30대 직장인은 아파트 대신 수도권 도시형생활주택에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금융 자산과 부동산 자산이 각각 1000만원을 넘지 못하는 이들은 단지 출퇴근 교통이 편하다는 이유로 입주했고, 안전까지 챙길 여유는 없었다. 정부는 건설 기준을 완화해 건축을 도왔고, 사업자들은 건축법을 교묘하게 피해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었다. 결과적으로 경기 의정부 화재처럼 그 피해는 20~30대가 고스란히 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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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0일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피해자는 20대 50명, 30대 44명으로 128명의 인명 피해자 가운데 20~30대가 전체의 73.4%였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과 5분 거리여서 직장인과 학생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의 보고서 ‘도시형생활주택의 평가 및 발전 방향 연구’에 따르면 도시형생활주택 거주자의 절반 이상이 20~30대다. 소득은 200~399만원 수준이 가장 많고,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은 각각 1000만원을 넘지 못한다. 이들 중 63.4%는 자신이 도시형생활주택에 산다는 것을 모른다.

정부는 전·월세난이 본격화된 2009년부터 1, 2인 가구에 주거 공간을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도시형생활주택을 공급했다. 규제를 완화하고 국민주택기금으로 건설자금의 일부를 지원했다. 실제 공급량은 2010년 2만 529가구에서 2012년 9만 6300가구로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규제 완화를 이용해 수익 늘리기에 들어갔다. 10층 이하로 지어 1개 층에 수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피했고, 건물 면적을 넓히려고 옆 건물과 다닥다닥 붙여 지었다. 임대주택자로 등록할 경우 취·등록세가 면제된다. 그 결과 과잉 공급으로 이어져 미분양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올해 11월까지 5만 6930가구로 공급량이 줄어든 이유다. 현재는 1인용 주택보다 2~3인용 주택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봉그린아파트의 경우도 소방차는 오전 9시 27분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지 단 6분 만에 도착했다. 하지만 좁은 소방도로에 건물 뒤편이 지하철 1호선 선로여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 건물 간 거리는 1~2m밖에 안 돼 불은 1층에서 10층으로, 또 인근 건물로 순식간에 번졌다.

스프링클러는 없었고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주민들은 아래층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주차장도 건물 2채의 주민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개방돼 불길은 빠르게 번졌다. 내부에 스티로폼이 들어 있는 단열재 ‘드라이비트’ 역시 위층으로 불이 빠르게 번진 이유였다. 불이 날 당시 3개 아파트의 주민은 170명에 불과했지만 128명이 죽거나 다쳤다. 한 주민은 “불이 난 것을 알고 밑으로 내려왔지만 이미 주차된 차량들이 불에 타고 있었고, 폭발 소리가 났다”면서 “연기는 외벽을 타고 위층으로 빨려 올라갔다”고 말했다. 강한 바람까지 불어 불은 더 거세졌다.

한 층에 원룸이 10가구나 있어 신속한 대피도 어려웠다. 일부 주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벽을 타고 내려왔고 저층 주민들은 창문을 통해 옆 건물 베란다 등으로 뛰어내리다 다치기도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5-01-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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