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9살 의붓딸 숨지게 한 계모 긴급체포…밀치고 12시간 방치(종합)

지적장애 9살 의붓딸 숨지게 한 계모 긴급체포…밀치고 12시간 방치(종합)

장은석 기자
입력 2017-03-15 23:36
업데이트 2017-03-1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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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딸 밀쳐 숨지게 한 계모 긴급체포
지적장애 딸 밀쳐 숨지게 한 계모 긴급체포 청주 청원경찰서는 지난 14일 오전 7시 30분쯤 지적장애 딸을 화장실에서 밀쳐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의붓어머니 손모(34?여)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손씨의 아파트 입구에 처진 폴리스라인. 2017.3.15 연합뉴스
9살 의붓딸을 화장실에서 밀쳐 숨지게 한 30대 계모가 15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이 계모는 지적장애가 있는 딸이 머리를 심하게 다쳤는데도 12시간 가까이 방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상해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손모(34·여)씨는 사건 당일 ‘딸이 아파 학교에 못갈 것 같다’는 문자를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보냈을 정도로 자신이 밀쳐 욕조에 머리를 부딪친 A양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손씨는 아파 누워 있는 딸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119 신고는 커녕 약 6시간 동안 딸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

손씨 진술에 따르면 비극은 A(9·여)양의 머리손질에서 비롯했다.

손씨는 지난 14일 오전 7시 30분쯤 청주 청원구 오창읍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A양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주고 있었다.

지적장애가 있는 A양은 화장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동안 가만히 있지 않는 등 말을 잘 듣지 않았다.

A양은 지적장애 3급으로 2년 전 결혼한 남편 B(33)씨가 전처 사이에서 낳은 딸이었다.

외할머니 손에 자란 A양은 지난달부터 계모 손씨 집으로 와 살기 시작했다.

이날 아침 화장실에서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가운데 머리를 자르려고 할 때 A양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만 울어라”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A양이 울음을 멈추지 않자 손씨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홧김에 오른손으로 A양의 가슴을 밀쳤고, 몸의 균형을 잃은 A양은 넘어지면서 욕조에 머리를 부딪쳤다는 것이 손씨의 경찰 진술이다.

‘잘못 했다’고 손씨에게 말한 A양은 다시 의자에 앉아 머리 손질을 마친 후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누운 A양은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넘어지긴 했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어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손씨의 주장이다. 이후 약 7시간 동안 손씨는 딸의 상태를 살피지 않았다.

작은 방에 누운 상태로 수 시간이 지난 뒤 A양은 의식을 잃었다.

딸에게서 눈에 띄는 외상을 발견하지 못했던 터라 몇 시간 누워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판단했다고 손씨는 덧붙였다.

손씨는 A양이 다니는 학교 담임 선생님에게 이날 오전 8시 40분쯤 문자를 보내 ‘아이가 아파가 학교에 못 갈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손씨는 이미 숨져 몸이 굳기 시작한 A양을 발견했다.

의붓딸이 숨졌지만, 손씨는 경찰이나 119에도 신고하지 않았다. 대신 인근 슈퍼마켓에 가서 소주와 맥주를 사와 마셨다.

술을 마신 손씨는 직장에 있는 남편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울먹이기만 했다. A양이 숨졌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손씨는 경찰에서 “속이 상하고 무서웠다”며 신고를 바로 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 B씨가 이날 오후 6시 53분쯤 퇴근해 딸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뒤였다.

119구급대는 숨진 A양의 코와 입에서 출혈 흔적을 확인했다.

병원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머리에서 외상성 뇌출혈이 확인됐다. 검안의는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했다는 소견을 냈다.

지주막하 출혈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 중 하나인 지주막에서 발생한 출혈을 말한다.

손씨는 “화장실에서 머리를 잘라주는데 자꾸 울고 말을 듣지 않아 홧김에 밀쳤다”면서 “숨지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학대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A양이 넘어진 뒤 12시간 동안 보인 손씨의 행적이나 대응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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