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 돈 안 쓰는 시공사… 초고층빌딩 사고 또 ‘인재’

안전에 돈 안 쓰는 시공사… 초고층빌딩 사고 또 ‘인재’

김정한 기자
입력 2018-03-04 22:22
업데이트 2018-03-0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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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엘시티 사고 현장감식

당일 구조물 지지 점검 안 해
초고층 건물 가장 많은 부산
잇단 추락사에도 비용 감축만
4일 부산 해운대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 공사장에서 국립과학수사대와 경찰이 구조물 추락사고 원인 파악을 위한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감식반 뒤로 보이는 찌그러진 외부작업대와 건축자재들이 근로자 4명이 사망한 사고 당시의 참혹함을 보여 준다.  부산 연합뉴스
4일 부산 해운대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 공사장에서 국립과학수사대와 경찰이 구조물 추락사고 원인 파악을 위한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감식반 뒤로 보이는 찌그러진 외부작업대와 건축자재들이 근로자 4명이 사망한 사고 당시의 참혹함을 보여 준다.
부산 연합뉴스
지난 2일 8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장 추락사고도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4일과 지난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두 차례 사고 현장을 감정한 결과 사고 당일 구조물을 지지하는 고정장치와 안전작업발판 등을 확인하는 안전관리와 점검 절차가 작업 전에 행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54층 안전작업발판 구조물 4개 가운데 두 번째 구조물을 55층으로 올리는 작업 중 구조물을 지지하는 고정장치인 역삼각형 슈브래킷 4개가 이탈되면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벽 층마다 길이 40㎝ 크기의 앵커(콘)가 박혀 있고 이곳에 슈브래킷과 길이 45㎝ 크기의 볼트가 작업발판 구조물을 지지하는데, 현장을 살펴보니 모두 떨어져 나갔고 한 곳에서는 앵커까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근로자들이 건물 외벽을 유리 등으로 마감하는 작업공간인 안전작업발판이 통째로 떨어져 나간 것에 주목하고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하청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부품결함 여부, 안전기준 부문 등을 조사하고 있다.

높이 200∼400m에 이르는 초고층 건물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인명피해로 직결된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초고층 건물·공사현장이 몰린 부산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된다. 현재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 107개 중 28개가 부산에 있으며 13개가 추가로 건립되고 있다.

14년 전 포스코건설이 공사하던 초고층 아파트 해운대 센텀파크 현장에서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가 발생, 근로자 3명이 숨졌다. 2010년 7월에는 해운대 아이파크(최고 72층) 공사 현장에서 190m 높이의 외벽작업발판이 1층으로 떨어지면서 3명이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고가 빈발하는 가장 큰 이유로 최저가낙찰제를 꼽았다. 시공사가 이익을 남기려면 공사기한을 단축하고 비용을 줄여야 해 안전 문제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설감리회사 관계자는 “안전 문제는 추가 비용이 아닌 고정비용이라는 인식과 함께 시공사 입김에서 자유로운 독립 감리제도가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오후 1시 50분쯤 엘시티 주거타워 A동(최고 85층) 공사현장 55층에서 근로자 3명이 작업 중이던 구조물이 추락해 4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는 등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2018-03-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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