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롭다” 고교들 6월모의평가 영어 B형 통일 ‘파행’

“번거롭다” 고교들 6월모의평가 영어 B형 통일 ‘파행’

입력 2013-05-30 00:00
업데이트 2013-05-30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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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부족·시험감독 어려움 핑계로 A형 응시생 불이익일부 학교 수요조사도 안해…

다음 달 5일 시행되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를 앞두고 상당수 고등학교가 학생들에게 영어시험을 B형으로 보도록 강제로 통일시켜 논란이다.

올해 선택형 수능이 첫 시행되고, 이를 앞두고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처음 치르는 모의평가부터 이런 파행이 예고되는 것에 대해 교육당국의 준비 부족 또는 관리 소홀 문제가 지적될 전망이다.

30일 일선 고교에 따르면 오는 6월 5일 모의평가를 앞두고 일부 고교는 교실부족과 시험감독의 어려움을 들어 교실 이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수능은 학생 수준에 따라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을 골라 볼 수 있어 학생들은 이번 모의평가에서부터 A형 시험장과 B형 시험장에서 따로 시험을 보면서 본수능에 대비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일선 고교에서는 현실적으로 교시마다 시험장을 옮기려면 시험장 배정과 감독에 애로가 있어 상당수 고교가 학생들은 원래 자기 교실에서 시험을 보고 교사가 시험지만 다르게 배부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듣기 평가가 있는 영어 영역이다. A형과 B형의 듣기 문제가 달라 A형과 B형 선택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시험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국어 영역에서는 작년까지 있던 듣기 평가가 지필 평가로 대체됐다.

교육부가 집계한 6월 모의평가의 영어 지원자비율은 A형이 17.7%, B형이 82.3%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은 상대적으로 응시자 수가 적은 A형 선택 학생은 학교가 과학실이나 강당 등 별도의 장소를 마련해 영어 시험을 치도록 지도했다.

하지만, 실제로 상당수 고교는 이런 지침을 지키지 않고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B형을 보도록 강제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응시학생이 적은데 별도의 시험장을 만들어 시험을 치는 것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B형으로 통일해 진행하는 학교가 많다”며 “A형을 봐도 될 학생이 ‘공부 못하는 아이’로 찍힐까봐 B형을 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3이라는 한 누리꾼은 “학교에서 영어 A형을 선택한다고 하면 눈치를 준다”며 “대체 왜 선택형 수능을 보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는 “희망 대학의 요강에 따라 A형을 준비하면 될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B형을 응시하는 상황인데 출제당국이 모의평가를 결과를 참고해 본수능 난이도를 제대로 조절할 수 있겠느냐”고 불안해했다.

일부 학교는 적어도 ‘IN 서울’(서울시내 대학에 진학)하려면 문과의 경우 국어·수학·영어영역을 B·A·B로 보는 것이 정석이라며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교 교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행한 A/B형 수요 조사에서 학생들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두 영어 B형을 선택했다’고 적어낸 학교도 있다”고 전했다.

B형을 선택하는 중·하위권 학생이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상위권 학생의 등급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교 진학지도 교사 모임인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관계자는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A형을 선택하는 학생 비율이 40% 이상이 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며 “일부 학교가 상위권 학생에만 치중한 나머지 영어 A형을 선택해야 하는 학생은 불이익을 당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작 교육부는 이런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서 영어영역을 B형으로 통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며 “모의평가에서는 A형 선택한 학생이 B형을 보겠다고 하면 B형 시험을 치는 게 가능하지만 실제 수능에선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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