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하다 큰코” 사소한 누출도 신고… 환경청, 비상출동중

“쉬쉬하다 큰코” 사소한 누출도 신고… 환경청, 비상출동중

입력 2013-12-23 00:00
업데이트 201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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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사고 더 이상 없다” 현장점검 동행해 보니

화학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부 기관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와 함께 구미 불화수소산 유출사고로 홍역을 치른 환경부는 화학사고 대응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사고는 예고 없이 발생하는 만큼 현장 지도·점검이 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지방환경청 화학물질과 담당 직원들은 항상 비상대기 상태다. 세종시와 충청도를 관할하는 금강유역청(청장 박천규) 화학물질관리과 직원들은 요즘 비상 출동 횟수가 많아졌다며 볼멘소리다. 정부 역시 구미국가산업단지에 6개 부처(안전행정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부, 국방부, 소방방재청)가 공동으로 근무하는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를 개소한 데 이어 화학물질안전원도 내년 1월 초 출범돼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컨설팅 자문팀과 함께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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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산업단지의 제조업체인 심텍 회의실에서 지방환경청과 산업안전보건공단 직원, 교수 등으로 구성된 화학물질 취급 안전 진단 전문가들이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충북 청주산업단지의 제조업체인 심텍 회의실에서 지방환경청과 산업안전보건공단 직원, 교수 등으로 구성된 화학물질 취급 안전 진단 전문가들이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충북 청주산업단지 자원화사업소에서 황산탱크 파열사고 발생, 즉시 현장 조치바람”

동행한 금강유역환경청 직원은 전날 밤 전달된 사고 접수 문자를 보여 주며 요즘엔 첩보요원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초동 대응이 빨라 큰 문제 없이 상황이 마무리됐지만 사고 발생 소식을 접하면 항상 가슴을 졸이게 된다고 했다. 예전에는 화학사고가 나도 은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경북 구미 불산사고 이후 사소한 화학물질 누출에도 신고 건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청주산업단지 관리공단에 위치한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인 ㈜심텍을 찾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회로기판을 생산해 납품하는 업체로 지역에 기반을 둔 중견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제품 생산과정에서 염산, 황산 등 화학물질을 하루 40t 이상 사용한다.

이 회사는 올해 2월 큰 화재로 2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고 당시 화학물질 저장 탱크로 불이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던 곳이다. 금강유역환경청과 산업안전보건공단 직원, 교수 등 화학물질 취급 전문가들이 안전 컨설팅을 해 주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안전 컨설팅은 회사의 안전시스템을 점검한 뒤 미흡한 분야에 대해 맞춤형으로 보완을 해 주는 제도다. 지방환경청은 권역별로 안전 전문가들을 위촉한 뒤 화학물질을 다량으로 취급하는 업체에 안전 설계를 해주고 자발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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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 마련된 재난 체험교육장.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 마련된 재난 체험교육장.


하금태 심택 상무는 “올해 2월 화재사고로 피해를 입고 매출이 감소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를 계기로 화학물질 취급과 안전 관리에 큰 변화가 생겼다”면서 “화학사고에 대한 교육과 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직원들도 사고를 겪고 나서 안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대응 훈련에도 진지하게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컨설팅에 나선 김규완 안전보건공단 차장은 “관내 화학물질 취급업체를 둘러보면 직원들이 안전의식을 갖고 위해물질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하지만 아직도 영세업체는 시설투자에 여력이 없어 위험한 요소들이 많다”고 밝혔다.

청주산업단지 내에 있는 SK하이닉스 반도체 청주공장. 이곳 역시 올해 3월 염소가스 누출에 이어 감광액(포토레지스트·PR)이 작업장에서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황인찬 환경안전팀장은 “사고가 발생하자 대기업조차 화학사고에 취약하다고 언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면서 “이후 화학사고나 화재 등에 대비하기 위한 체험교육관을 만들고 직원과 인근 주민 1200명에게도 재난 체험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 300억원을 투입하고 안전 전담 인력도 더 충원할 계획이다.

금강유역환경청 이동춘 화학과장은 “사업장마다 취급하는 물질과 공정이 다른 데 따른 비효율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장별 맞춤형 컨설팅을 해 주고 있다”면서 “사업장 안전이 보장돼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인식시켜 주기 위한 취지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16곳의 화학물질 취급업체에 대해 컨설팅을 진행했는데 취약점도 드러났다.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화학물질 유출 방지 시설이 부족하거나 점검 부족, 보호장구 비치 장소 부적절 등을 꼽았다.

이 과장은 “관내에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이 400곳이나 돼 권역별로 안전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사고 발생 시 현장에 출동하는 체제를 구축했다”면서 “스마트폰 ‘밴드’를 활용, 자문위원과 화학물질 전문가 등이 실시간으로 사고 상황을 전파하도록 한 것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밴드에는 현재 90명의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글 사진 청주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2013-12-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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