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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말처럼… 중국에 항의하면 미세먼지 사라질까 [김유민의돋보기]

노소영 말처럼… 중국에 항의하면 미세먼지 사라질까 [김유민의돋보기]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1-11-23 08:25
업데이트 2021-11-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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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하늘… 전국 미세먼지 경보
“중국에 강경 항의해야” 목소리
국익 고려해야만 하는 환경외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 광경. 서울신문DB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 광경. 서울신문DB
“먼지가 뿌옇게 뜨면 맥이 탁 풀린다. 중국발 먼지가 주범임에도 개선은커녕 항의조차 제대로 못함에 분노를 넘어 집단 무기력감에 사로잡힌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진 20일 “또다시 미세먼지 속에 가을을 보내야 하나?”라며 정부와 환경단체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노소영 관장은 “정부는 나서서 항의하진 못한다 치자(이것도 이해가 잘 안가지만). 그렇다면 환경단체들은 왜 조용한가? 내 나라 땅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살 권리는 주권에 속하지 않는가? 그런 조항이 없다면 환경 권리장전을 새로 만들라”라고 말했다.

노 관장은 “복잡한 지정학적 정치 외교 경제의 이슈들이 얽혀있지만 그렇다고 이리저리 눈치만 보며 계속 먼지 속에 살 순 없다”라며 “아프니까 소리를 질러야 한다. 환경단체들도 일반 국민들도, 지금은 조용할 때가 아니다. 무엇이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개선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냥 K 어쩌구에 취해 묻혀 갈 일은 아닌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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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남산일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가 미세먼지로 가득하다. 2021.1.12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12일 서울 남산일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가 미세먼지로 가득하다. 2021.1.12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비난과 소송… 중국 못 움직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중국발 미세먼지 관련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한반도 내 높은 중국발 미세먼지 유인 비율을 근거로 중국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자는 강경론과 중장기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효율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외교부와 중국 생태환경부 간 채널이나 기후변화공동위원회 패널 등 기존 미세먼지 논의 채널과 더불어 남북과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6개국이 지역 내 대기오염 해결을 위해 동북아청정대기파트너십(NEACAP)을 출범시켰다. 실질적인 미세먼지 유입량을 함께 연구하고 공동 예보나 미세먼지 포집기술 이전을 위해 노력하기 위함이었다.

공동연구 등을 통해 정확한 미세먼지 유입량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중국이 행동에 나서도록 권유하고 요청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난 수위를 높이면 중국 네티즌들의 혐한 분위기가 높아지고 외려 이에 영향을 받은 중국 정부가 한국과 협의하려는 움직임을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에 수출하는 수많은 한국 기업에 막대한 피해도 우려된다. 감정적인 소모전을 펼치면 양국 모두에게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미세먼지 오염의 원인을 ‘절대적인’ 중국 탓으로 돌리는 주장과 정보는 설득력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은 짧은 기간 동안 40% 가까이 오염 물질을 줄였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도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었다. 중국은 우리 나라가 항의해서 줄인 것이 아니다. 미세먼지로 인해 연간 자국민 1000만 명 이상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되자 필사적으로 나선 것이다.
가뜩이나 대기오염이 극심한 중국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지며 해마다 100만명 이상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사진은 2018년 11월25일 중국 간쑤성 장예에서 자전거를 탄 한 남성이 대기오염에 따른 초미세먼지로 한치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계가 제로인 거리를 달리고 있다. 장예 AFP 연합뉴스
가뜩이나 대기오염이 극심한 중국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지며 해마다 100만명 이상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사진은 2018년 11월25일 중국 간쑤성 장예에서 자전거를 탄 한 남성이 대기오염에 따른 초미세먼지로 한치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계가 제로인 거리를 달리고 있다. 장예 AFP 연합뉴스
경제에도 도움 되는 환경외교란

미국과 일본, 유럽도 과거에는 지금의 중국보다 더 심한 대기오염을 겪었다. 그럴 때 그들은 소송이나 분쟁이 아닌 합의로 환경 문제를 풀어나갔다. 유럽은 각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서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그 근거를 토대로 오염물질 감축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우리나라 역시 한중 공동연구를 통해 중국은 물론 세계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나라 미세먼지 줄이기에 전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동연구를 마치기도 전에 비난 여론으로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면 한국 기업의 피해는 물론, 일본만 좋은 일이 된다. 환경 문제를 풀어가면서 양국이 협력하여 경제적 이익까지 도모하는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어렵더라도, 바람직하며 가장 효율적인 해결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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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 교환
MOU 교환 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중 환경장관 연례회의에서 조명래(왼쪽) 환경부 장관과 리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이행 방안을 담은 ‘청천(맑은 하늘) 계획’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해외는 어떻게 환경문제 해결했나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는 우리보다도 먼저 미세먼지로 인한 갈등을 겪었다. 인도네시아에서 플랜테이션을 위해 밀림을 태워 개간을 할 때마다 독성 연기가 주변국으로 퍼져나가는 문제가 발생했고, 싱가포르가 심각한 고통을 겪었다. 인도네시아는 책임 소재가 분명한 데도 이를 20년 넘게 인정하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2014년 9월 해외에서 독성 연기를 일으킨 기업과 개인을 처벌하기로 하는 ‘월경성 연무오염법’을 제정했지만 국내법이기에 상징적 의미로 그쳤다. 인도네시아에서 플랜테이션을 하는 팜유와 제지 회사들이 실제로는 싱가포르에 본부를 두고 있던 탓에 불매운동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 모델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스웨덴은 과학적 연구 결과로 국제사회를 꾸준히 설득해 실질적으로 공기질 개선 효과를 봤다. 스웨덴 과학자인 스반테 오덴은 1960년대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나무가 시들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자 전국 토질과 수질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리고 영국과 독일에서 넘어온 이산화황이 산성비로 내렸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과 독일은 부인했지만 스웨덴은 지속적으로 노력했고 1979년 이들을 포함한 31개국이 ‘월경성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CLRTAP)’에 서명했다. 이 협약은 향후 잇따라 맺은 8개 기후환경협약의 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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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봐도 좋은 파란 하늘… 우리 일상도 맑았으면
바라만 봐도 좋은 파란 하늘… 우리 일상도 맑았으면 비가 그치고 초가을 날씨를 보인 8일 오후 서울 시민들이 서울 중구 남산에서 하얀 뭉게 구름이 떠다니는 파란 하늘을 감상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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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절감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켐페인을 펼치고 있다. 2019.7.1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절감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켐페인을 펼치고 있다. 2019.7.1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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