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도다리 쑥국, 함 무볼래?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도다리 쑥국, 함 무볼래?

입력 2013-03-04 00:00
업데이트 201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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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생동감은 이내 식탁으로 옮겨집니다. 도다리 쑥국도 그런 맛거리의 하나지만 왁자하게 소문난 음식은 아닙니다. 어느 날 문득, 무교동의 그 집을 찾았다가 “쑥국 나왔다. 함 무볼래?”하는 주인장의 권유가 반가워 1년여 만에 쑥향기를 맡았습니다. 팔팔 끓인 도다릿국에 싱싱한 애쑥을 얹어내는 국 맛이 참 정갈하고 싱싱했습니다. 두텁한 겨울을 뚫고 엄동의 만물이 실은 죽은 게 아니라 잠시 숨 죽인 채 또 다른 1년을 위해 운기조식하고 있었음을 알리려는 듯 산야에서 지천으로 새싹을 밀어올리는 쑥의 향취가 봄도다리에서 우러난 담박한 맛과 어우러져 가히 봄철 식도락의 한 격조를 만들어냅니다. 이 무렵 통영 어름에서는 “쥑이네”라든가 “이 맛 아이가”라고 반색하는 먹거립니다.

음식의 풍미야 혀끝으로 먼저 느끼지만 또한 몸이 반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영양을 두고 말하자면 도다리는 참 담백한 생선입니다. 흔히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외듯 제 철 도다리는 기름이 쪽 빠져 담백한 고단백 생선이지요. 그러니 동의보감에도 도다리는 쇠한 기운을 돋운다고 했겠지요. 그 도다리와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쑥은 또 어떻습니까. 한방에서 쑥은 혈액 순환을 촉진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약초여서 몸이 냉한 여자들에게는 돈 안 들이고 섭생할 수 있는 보약으로 꼽힙니다. 그 도다리와 쑥을 우려 맛을 낸 국이니, 맛이 어떠니 저떠니 하는 게 군더더기이겠지요. 이치가 그렇지 않습니까. 겨우내 군동내 나는 음식만 먹느라 텁텁해진 입안에 담백하고 쑥의 쌉쌀한 향기가 밴 국물을 한 숟가락 떠넘기면 한 순간, ‘아, 봄이 또 이렇게도 다가왔구나’라고 느끼실 테니까요.

어디 도다리쑥국 뿐이겠습니까. 너무 엄혹해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시한’이 물러난 자리에 쑥이며 냉이, 씀바귀 같은 생명들이 꼼지락거리며 민낯을 내밀 때입니다. 맨날 정제 비타민만 찾지 말고, 음식점에서 돈 주고 사먹는 편리에만 눈길 주지 말고, 오는 주말에는 한적한 야외로 산책 한번 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웅크렸던 심신이 다시 생동하면서 누구보다 진하게 봄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jeshim@seoul.co.kr



2013-03-0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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