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씹을수록 좋다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씹을수록 좋다

입력 2013-09-09 00:00
업데이트 2013-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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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늘 밥상머리에서 아버지의 지청구를 들었습니다. 머리 처박고 아귀아귀 밥을 떠넣노라면 여지없이 “이눔이, 어디다 불 질러놓고 왔나”라며 호된 꾸중이 날아들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늘상 ‘어떻게 먹든 배 채우는 건 다 똑같은데, 괜히’라는 볼멘소리를 밥으로 가득 채운 입안에서 웅얼거리곤 했습니다. 늘상 배가 부른 요즘 애들과 달리 끼니로만 버텨야 했던 예전에는 밥이 반가워 그럴 법도 했습니다. 그때 미처 몰랐던 ‘씹어먹는 맛’을 이제야 조금 느낍니다.

음식은 오감으로 먹는다는데, 오감이란 조리 형태와 냄새, 모양 등을 일별한 뒤 입에 넣어 씹고 삼키는 일련의 과정을 아우르는 말이겠지요. 이 중에서도 특히 씹기를 강조하는 것은 이 과정이 음식의 감춰진 진미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경로일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기 때문입니다. 하기야 외국에 나가 세상에 없는 명승이나 걸작도 현장에서 즐기지 못하고 일단 사진기에 담아 와 두고두고 손바닥만 한 사진으로 음미하는 급하고도 격조 없는 우리의 취향을 고려하면 ‘꼭꼭’ 씹어먹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을 터이지요. 그러나 그렇게 좋다는 음식을, 그렇게 많이 먹으면서도 스스로 건강을 확신하지 못한다면 먹는 습관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일입니다. 터무니없이 살이 찌거나 먹는 게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음식을 먹고 나서 15분 정도가 지나야 비로소 만복중추가 작동해 ‘이제 배가 찼다’는 신호를 보내는데, 그 15분 안에 음식을 다 해치워 버리니 될 일이 아니지요. 그렇다고 사람에게 사료 먹이듯 음식 정량제를 적용할 수도 없는 일이니, 만복중추가 작동하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꼭꼭 씹어먹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먹는 양을 줄이면서도 먹음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고, 덤으로 먹는 기쁨까지 누릴 수 있으니까요. 약간의 시간만 더 할애한다면 뜻밖에 많은 것을 얻는 일이 바로 음식을 잘 씹어먹는 일인데, 아직도 “뭘 더 씹으라는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속는 셈 치고 한번 시도나 해 보시지요. 어떻든 손해볼 일은 아닐 테니.

jeshim@seoul.co.kr



2013-09-0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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