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말하다 - 폐암(상)]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암을 말하다 - 폐암(상)]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입력 2013-09-16 00:00
업데이트 2013-09-16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골초 당신, 2주째 기침·가래에 가슴까지 결린다면…

암이 가진 가공할 공포를 가장 잘 설명하는 암이 바로 폐암이다. 암 중에서도 사망률이 가장 높다. 그만큼 발견도 어렵고 치료 예후도 나쁘다. 치료가 어려운 폐암은 주로 흡연에서 기인하는데, 과거 국가에서 담배를 전매 품목으로 지정해 국민들에게 제조·판매한 과오가 있는 데다 군에 입대한 장정들에게 담배를 권해 미필적이지만 폐암에 노출되도록 한 혐의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 삶을 가장 극악하게 파괴하는 폐암을 두고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폐암이 무서운 것은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지만 폐조직에 신경이 없어 초기에는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도 또 다른 두려움이다. 사진은 삼성서울병원 권오정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폐암이 무서운 것은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지만 폐조직에 신경이 없어 초기에는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도 또 다른 두려움이다. 사진은 삼성서울병원 권오정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폐암이란 어떤 암인가.

-폐암은 폐와 기관지에서 생기는 암의 총칭이다. 다른 암처럼 폐암도 주변 조직을 파괴하면서 계속 자라 생명을 위협하는데, 여전히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흡연이 꼽힌다.

→폐암의 종류는 어떻게 구분하는가.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세포 크기가 작으면 소세포암(小細胞癌), 작지 않으면 비소세포암(非小細胞癌)으로 구분한다. 소세포암은 병의 진행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에 잘 듣는 특성을 갖고 있다. 치료방법도 비소세포폐암과 달라 수술은 하지 않고 처음부터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시도한다. 대부분의 폐암은 비소세포암이어서 초기에는 수술로 치료하는 것과 다르다. 비소세포암은 조직형에 따라 다시 편평세포암·선암·대세포암 등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의 발생 추이는 어떤가.

-폐암은 19세기만 해도 드문 질환이었으나 흡연이 보편화되면서 급격히 증가해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남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 됐다. 201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41.5명꼴로 발생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1만 4650명(70.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망률은 2010년 인구 10만명당 31.7명으로, 위암(19.4명), 간암(21.8명), 대장암(15.4명) 등에 비해 높은 1위에 올랐다. 특이한 점은 전국 단위 암발생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2010년까지 남성의 경우 폐암(-0.8%)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반면 여성은 1.5%로 늘었다는 점이다. 여성 흡연인구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생 원인을 상세히 짚어달라.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흡연은 가장 중요하고 명백한 폐암 위험인자로 확인됐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폐암으로 인한 남성 사망자의 94%는 흡연에 의한 것이며, 여성도 70∼80%에 이른다. 하루에 피는 흡연량이 많고, 어려서 흡연을 시작할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폐암 발생률이 증가한다. 더 중요한 점은 다른 위험인자인 대기오염이나 직업 물질에 노출될 경우 흡연자의 폐암 발병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 발병에 관여하는 원인이 따로 있나.

-흡연율과 폐암 증가의 상관관계는 20년 주기를 갖고 있다. 즉, 20년 전 국내 흡연율이 높았기 때문에 지금 폐암 발생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여기에다 조기에 폐암을 발견할 수 있는 저선량CT가 보편화돤 것도 폐암의 발생률 증가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병기별로 구분해 설명해 달라.

-폐 조직에는 신경이 없어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도 못 느낀다. 따라서 초기 폐암 환자는 외관상 건강해 보이고, 운동 능력에도 별 변화가 없을 수 있다. 그러다 암이 진행돼 주변 기관지까지 확대되면 기침·가래와 심하면 혈담이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폐암 증상이 감기 등 대부분의 호흡기질환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침·가래가 1∼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혈담은 말기에는 많이 나올 수 있지만 초기에는 양이 적고, 나오다 말다 할 수 있으므로 양이 적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폐암이 더 진행돼 흉막을 침범하면 가슴이 결리거나 아플 수 있으며, 신경까지 전이되면 쉰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는 상당히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폐암이 더 진행되면 몸이 마르고, 식욕이 떨어지며, 체력이 급격히 나빠진다. 또 혈관을 누르면 얼굴과 목, 팔이 부을 수 있고, 뼈에 전이되면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뇌 전이가 가장 위험한데, 이때 나타나는 증상은 두통과 구토 등이다. 이처럼 폐암은 초기엔 증상이 없다가 진행되면서 매우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암에 걸리면 통증이 심하다고 알지만, 모든 환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검사 및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매우 나쁘고, 완치를 위해서는 큰 수술을 해야 하는 병이어서 반드시 현미경적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을 하게 된다. X레이나 CT 영상으로 어느 정도 추정할 수는 있지만, 결핵 등 다른 병과 혼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폐암을 확진할 수 있는 조직검사 방법으로는 객담검사와 기관지내시경검사·폐세침흡인검사·종격동경검사 등이 있다. 이 중 기관지내시경검사는 약 7㎜ 굵기의 내시경을 기관지로 넣어 직접 관찰한 뒤 의심되는 부위의 조직을 1∼2㎜가량 떼어내 검사하는 방법으로, 폐암 확진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

→폐암을 조기발견할 방법은 무엇인가.

-증상이 없는 55세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저선량CT가 효과적일 수 있다. 저선량CT는 3㎜ 정도의 작은 폐결절까지 찾을 수 있어 흉부 X레이 촬영으로 찾을 수 있는 10∼15㎜보다 훨씬 조기발견이 용이하다.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4년 2개월간 6406명을 대상으로 폐암검진을 시행해 23명(0.36%)의 환자를 발견했으며, 이 중 15명(65%)의 환자가 완치 가능한 1기였다. 0.36%의 폐암발견율은 흉부 X레이 발견율 0.04%의 9배에 이르는 수치다.(하편에 계속)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2013-09-16 24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