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치료 실마리, 한국인이 찾았다

루게릭병 치료 실마리, 한국인이 찾았다

입력 2013-11-22 00:00
업데이트 2013-11-2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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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영 서울아산병원 교수팀

희귀난치 질환으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앓고 있는 루게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국내 의학자가 찾아냈다.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손상돼 의식과 감각, 지능은 멀쩡하지만 사지의 근육이 위축돼 마지막에는 호흡근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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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영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고재영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고재영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최근 루게릭병에 걸린 유전자변형 생쥐에 여성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결과 운동신경세포의 사멸이 효과적으로 억제되고 생존율도 높아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질환 분야 국제학술지인 ‘질병신경생물학’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루게릭병 생쥐를 프로게스테론 투여 여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이들의 운동능력을 관찰·측정했다. 그 결과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하지 않은 생쥐의 운동능력은 정상 생쥐의 5%에 그쳤지만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생쥐는 정상 생쥐의 50%에 이르는 운동능력을 보였다. 생쥐의 생존 기간도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10%가량 길었다.

고 교수는 “프로게스테론이 체내 소기관의 세포 폐기물을 제거하는 ‘자식작용’을 촉진하면서 루게릭병의 대표적 유전 발병인자인 돌연변이 단백질(SOD1)을 감소시켜 병의 진행을 억제한 결과”라면서 “프로게스테론은 인체 내에 존재할 뿐 아니라 연구 중 생쥐에서 어떤 독성반응도 나타나지 않아 이후 치료제 개발과정에서의 임상 적용이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에서도 외상성 뇌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프로게스테론을 활용한 대규모 임상 실험이 진행되는 등 프로게스테론을 활용한 뇌신경질환 연구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고 교수는 “루게릭병처럼 비정상 단백질의 체내 축적이 특징인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에도 이 치료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2013-11-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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