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인사이드]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 머리만 아픔!

[메디컬 인사이드]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 머리만 아픔!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6-05-08 22:58
업데이트 2016-05-0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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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잘못된 상식과 치료

부주의·과잉행동·충동 모두 있어야 환자
보통 사람이 약 먹으면 두통 등 부작용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복잡한 병명이지만 관심을 갖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진료 인원은 2013년 5만 8121명입니다. 10대 이하 환자가 95%를 웃돕니다. 혹시 학교 성적에 악영향이 있지 않을까 걱정해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는 부모들이 많아서입니다. “우리 아이는 6~10시간씩 밥도 먹지 않고 스마트폰 게임에 집중하는데 왜 주의력 결핍인가”라고 항의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병은 단순한 몇 가지 증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참을성이 부족하거나 산만하다고 해서 ADHD라고 진단하진 않습니다. 미국정신과학회 진단 기준으론 주의력 결핍(부주의), 과잉 행동, 충동성 등 큰 3가지 범주의 증상에 모두 해당돼야 합니다.

반건호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8일 “과잉 행동이라고 하면 가만히 있어야 하는 장소, 즉 교실 같은 곳에서 앉아 있지 못하고 뛰어다니거나 입에 모터가 달린 듯 쉴 새 없이 말을 하는 증상 같은 것을 의미한다”며 “충동성의 경우 차례를 못 기다리고 다른 사람 질문이 끝나기 전에 대답을 해 버리거나 타인의 행동을 방해하고 간섭하는 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의력 결핍은 지속적인 정신력을 요하는 작업을 회피하거나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행동, 일상적인 활동을 자주 잊어버리고 학업이나 놀이에 집중하지 못하는 등의 증상으로 설명됩니다. 주의력 결핍에서 6가지, 과잉 행동·충동성 범주에서 6가지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ADHD로 진단하게 됩니다. 반 교수는 “몇 가지 증상이 있다고 해서 진단하는 게 아니다”라며 “비전문가가 결코 판단해서는 안 되는 질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이가 진단받으면 부모의 불안이 시작됩니다. 과연 약 부작용은 없을까. 아토목세틴 등의 약 중에서 흔히 처방하는 것은 ‘메틸페니데이트’입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점은 약의 부작용과 약물 효과 모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왜곡된 정보만 무수히 떠돌아다닌다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극성스러운 어머니 중에는 심지어 본인이 처방받아 아이에게 약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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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세 환자 비율 6.5% 추정… 치료는 10%뿐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메틸페니데이트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활성화시키는 기능이 있지만 치료제로 개발된 약일 뿐 공부를 잘하게 해 주는 약이 절대 아니다”라며 “건강한 사람이 먹으면 심한 두통이나 가슴 두근거림 같은 부작용만 경험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 교수는 “ADHD 치료제는 중독성이 거의 없어 부작용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건강한 사람은 독한 마음을 먹고 한꺼번에 많이 복용해도 두통 같은 부작용 때문에 거북해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고 했습니다. 아토목세틴은 눈에 자극을 줄 수 있어 캡슐을 열면 안 됩니다.

마약인 ‘필로폰’과 유사한 구조인 암페타민 계열 ADHD 치료제로 ‘애더럴’이 있습니다. ‘암페타민’과 ‘덱스트로 암페타민’ 복합 제제여서 국내에서는 판매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약에 관심을 갖는 분도 많은데, 임의로 구입해 사용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미국에서는 대학생의 5%가 시험 기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이 약을 처방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약을 구한다는 은밀한 문의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포털사이트에서 약 이름을 검색하면 수많은 질문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임의로 복용하면 집중력 향상 효과를 얻기는커녕 신경과 심장 기능이 망가지는 부작용만 경험할 위험이 큽니다.

전문가 처방 없이 약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반대로 ADHD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분석에서 국내 6~18세 미만 아동·청소년 가운데 ADHD 환자 비율은 6.5%로 추정됐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치료하는 환자는 이 가운데 10%에 그칩니다. 반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학계 조사 결과 1개월 만에 치료를 포기하는 비율이 20%, 6개월이면 치료 포기 환자가 40%로 늘어난다”며 “3년 뒤엔 계속 치료하는 환자가 20%에도 못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700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54%가 1회 이상 약물치료를 중단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임의로 치료를 중단해도 환자의 절반은 ADHD 증상을 못 견뎌 병원으로 다시 옵니다. 약물치료를 중단한 환자를 조사한 결과 학교생활 부적응(42%), 성적 저하(26%), 폭력 성향(20%) 등의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치료제 효과에 의문을 갖는 분이 많지만 병원에서 정상적인 경로로 약물 치료를 받으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이 70%를 넘는다고 합니다. 치료하지 않아 성인기까지 증상이 유지되는 환자도 전체 성인의 3~5%나 됩니다. 증세가 심한 환자는 취업이나 결혼,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우울증을 경험할 위험이 높습니다.

한 교수는 “병원에 오면 무조건 약 처방을 한다고 믿고 겁부터 먹는 부모가 많다”며 “경증 환자는 약 처방을 하지 않고 상담치료만으로도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美·日, 환자에게 시험시간 더 주고 자폐 수준 배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환자 부모 550명을 조사한 결과 치료를 중단한 이유로는 ‘스스로 나았다고 판단한 경우’가 34%로 가장 많았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18%나 됐습니다. 또 ‘아이의 병원 방문 거부’가 14%였습니다. 주변에서 ADHD 환자라고 몰아붙이고 배척하면서 환자 스스로 치료를 꺼리고 증상 조절이 안 돼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반 교수는 “일본은 ADHD 환자를 자폐환자 수준으로 배려하고, 미국은 시험 시간을 늘려 주는 것 같은 보호제도와 정책 지원을 한다”며 “사회적 낙인 문제를 줄일 수 있도록 교사들이 임용되기 전부터 병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두 전문가는 부모, 그중에서도 어머니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교수는 “인터넷에는 ‘카더라’ 정보가 넘쳐난다”며 “초등학생이 달아 놓은 댓글부터 전문가 댓글까지 모든 댓글을 어머니들이 다 읽어 보지만 정작 병원을 찾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ADHD 발병 원인으로는 중금속·알코올 중독, 흡연 등 극히 일부 가능성만 제시됐을 뿐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합니다. 한 교수는 “ADHD는 너무 다양한 증상을 보여 각각의 사례에 맞는 치료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주치의와 상담부터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사진=pixabay,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2016-05-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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