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무신경·무책임이 키운 동시다발 감염병

무더위·무신경·무책임이 키운 동시다발 감염병

입력 2016-08-31 17:17
업데이트 2016-08-3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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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15년만의 무더위가 원인…C형간염, 의료기관 무책임 탓

감염병 발생이 잇따르며 국민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31일 국내 콜레라 환자가 1명 더 추가로 발생했으며 올해 첫 일본뇌염 감염자도 나왔다. 아직 의심 단계이긴 하지만 또 다른 C형간염 집단발병 가능성이 제기돼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감염병 중 어떤 것은 무더위같이 불가항력적인 환경이 배경이지만 감염 우려에 대한 개인의 무신경함, 혹은 환자 안전에 대한 의료기관의 무책임함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 ‘무더위’가 15년 만의 콜레라 원인…익혀 먹기·손 씻기 중요

보건당국에 따르면 콜레라 환자는 올해만 3명이나 발생했지만, 지난 2011년 이후 15년 동안은 국내에서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간혹 해외에서 감염된 환자가 국내로 들어와 발견된 사례가 나왔을 뿐이다.

아직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올해 콜레라 환자가 3명이나 나온 이유로는 폭염과 높은 바닷물 온도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본부(KCDC)의 조은희 감염병관리과장도 “해수면의 온도 상승이 콜레라균 번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놨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 남해안 바닷물의 온도는 28~30도로 예년보다 5도가량 높았다.

정기석 KCDC 본부장 역시 “콜레라는 몇천 마리, 몇억 마리의 세균이 입안으로 들어와야 걸리는데, (더위 때문에) 짧은 시간에 급격히 콜레라균이 번식한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고 말했다.

무더위는 개학철 학교에서 잇따라 발생한 집단 식중독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식중독은 대장균 같은 세균이나 노로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가 영향을 미치는데 이 중 세균은 높은 기온의 영향을 받는다. 지난 22일까지 집단 식중독으로 신고된 5개 학교의 사례는 모두 대장균이 원인이었다.

더워서 콜레라균의 번식력이 커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철저한 위생관리와 식재료 관리가 최선이다. 콜레라 환자 3명은 모두 어패류를 섭취했는데, 어패류는 익혀 먹어야 발병 우려를 줄일 수 있다.

◇ 인류 최대 위협 모기…‘무신경’했다간 치명적

일본뇌염에 걸리는 것을 피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위의 모기 서식처를 없애고 모기에 물리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모기에 물린다고 별일이 있겠느냐’며 무신경했다가는 감염병에 걸릴 수 있다.

이날 발생한 일본뇌염을 비롯해 전 세계의 위협이 되는 지카바이러스, 해외 유입 환자가 늘고 있는 말라리아나 뎅기열은 모두 모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이다.

일본뇌염의 매개가 되는 모기는 작은빨간집모기다. 전체적으로 암갈색을 띠고 뚜렷한 무늬가 없는 작은 모기로, 논, 축사 등에서 소나 돼지 등 큰 동물의 피를 빨아먹으며 사는데 주로 오후 8~10시에 활동한다.

작은빨간집모기가 모두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것이 아니며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렸다고 뇌염에 걸리지는 않는다. 따라서 연간 환자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국내 환자는 2012년 20명(5명 사망), 2013년 14명(3명 사망), 2014년 26명(4명 사망), 2015년 40명(2명 사망) 수준이다.

문제는 일단 일본뇌염에 걸리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데 있다. 고열, 두통, 구토, 복통 등 증상이 나타나다가 심하면 의식장애, 경련 등이 올 수 있으며 치사율도 30%나 된다. 또 회복되더라도 언어장애, 판단능력저하 등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으며 주위에 모기가 살만한 곳을 없애야 한다. 주로 논과 연못, 관개수로, 미나리꽝, 빗물 고인 웅덩이 등 비교적 깨끗한 물에서 서식하는데, 만약 거주지 주변에 웅덩이가 있다면 관할 보건소에 알려 방제해야 한다.

귀찮더라도 야외 활동 때에는 긴 바지와 긴 소매의 옷을 입고 모기 기피제나 방충망, 모기장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 의료기관 ‘무책임’이 낳은 C형간염 집단발병

전북 순창의 C형간염 집단감염 의심사례에 대해서는 보건당국이 아직 조사 중이어서 집단발병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전북 보건당국은 C형 간염 환자 중 적지 않은 수가 무허가 진료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의 상당수가 마을을 돌며 불법으로 의료 행위를 하는 무허가 치료사로부터 치아 질환과 한방 치료를 받았는데, 의료 도구를 제대로 소독하지 않아 C형 간염이 퍼졌을 수 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발견된 C형간염 집단발병 사례들은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이나 주사액 혼합 등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부실 탓으로 드러나고 있다. 병을 치료하겠다고 혹은 몸 상태를 좋게 만들어보겠다고 간 병원이지만, 무책임하게 위생관리를 한 탓에 환자들이 새로운 병을 옮게 된 셈이다.

C형간염은 치사율이 높지는 않지만 간경화, 간암 등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백신이 없고 치료제가 고가라서 예방이 최선이다.

의료기관에서의 집단감염을 막으려면 의료인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보건당국이 철저히 감독하는 게 중요하다. C형간염은 바이러스가 혈액 내로 침입하면서 전파돼 감염되는데 문신, 피어싱 등의 과정에서 감염되기도 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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