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제대혈은행 등 행정조치…예산 5억 1800만원도 토해내야
산모들이 연구 목적으로 기증한 ‘제대혈’(탯줄혈액)을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 일가에 불법 제공한 ‘차병원 제대혈은행’이 그동안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5억 1800만원을 토해 내게 됐다. 차병원 제대혈은행의 ‘국가 기증 제대혈은행’ 지위는 박탈됐고, 더는 국가 예산에서 제대혈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없게 됐다.보건복지부는 차 회장 일가가 제대혈을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차 회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이번 일과 관련된 분당차병원과 차병원 제대혈은행에 행정조치를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차 회장 부부와 차 회장의 부친은 모두 9차례 불법으로 제대혈 주사를 맞았다. 현행법상 제대혈은 치료·연구 목적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투여할 수 있지만, 이들 중 임상연구 피험자로 등록된 사람은 없었다.
차병원 제대혈은행은 차 회장 일가에 투여할 제대혈을 분당차병원에 공급했고, 제대혈정보센터에는 연구용으로 공급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신고했다. 이는 제대혈법 위반 행위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복지부는 제대혈법상 양벌규정(범죄행위자 외에 소속 법인도 함께 처벌)을 적용해 차병원 제대혈은행이 소속된 분당차병원 개설자인 김춘복 성광의료재단 이사장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관성 없는 진술 등으로 사실관계가 불명확해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일부는 “차 회장이 호기심으로 맞고자 했다”며 차 회장이 제대혈 투여를 지시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차 회장에게 직접 제대혈을 주사한 강모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제대혈은행장)는 자신이 차 회장에게 투여를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6-12-28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