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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지표 더 나빠졌는데… 정부 “심각단계 아니다” 늑장 대응

방역지표 더 나빠졌는데… 정부 “심각단계 아니다” 늑장 대응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21-11-10 21:06
업데이트 2021-11-11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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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점 찍은 코로나 위중증 환자

당국은 방역 위험도 평가기준 마련 못해
이달 말 악화되면 비상계획 발동 가능성
방법은 추가접종뿐… 곧 500명 넘을 수도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10일 최고점을 찍으면서 방역지표에 경고등이 켜졌지만, 정부는 아직 심각 단계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놨다. 국민이 느끼는 불안과 방역 당국의 상황 인식 격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10일 브리핑에서 “3차 대유행 시기에 일평균 확진자가 1000명 수준이었고 최근 (4차 대유행에서) 확진자 수는 2배 늘었지만, 이에 비해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 숫자는 2배씩 늘지 않고 당시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지표는 악화했지만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인데, 늑장을 부리기에는 현재 병상 사정이 녹록지 않다.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서울은 345개 중환자 병상 중 246개(71.3%)를 사용하고 있고, 인천은 79개 중 58개(73.4%), 경기는 263개 중 180개(68.4%)가 차 있다. 그간 통계에 나타난 병상 상황보다 실제 현장에서의 병상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수치다. 코로나19 병상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대기 중인 의사와 간호사는 5079명이나, 이 중 중환자를 본 경험이 있거나 관련 교육을 받은 의료진은 1132명뿐이다.

방역 당국은 아직 단계적 일상회복 후 방역 위험도를 평가할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위급한 상황에서 일상회복 추진을 잠시 중단하는 비상계획 발동 기준도 세우지 못했다. 상황은 급변하는데 정부도 국민도 안갯속을 걷는 형국이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평가지표가 확정되면 향후 판단의 기준과 논거가 되기 때문에 사회적 영향이 클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허점이 없는지, 영향력이 충분히 숙고됐는지 논의 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관련 지표를 지난 9일 발표하려다 기준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16일로 미뤘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 지 4주가 되는 이달 말이면 일상회복 2단계로 전환할지, 1단계를 좀더 지속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상황이 더 악화하면 비상계획을 발동할 수도 있다. 앞서 정부는 발생지표·병상지표·접종지표 등 세 가지 방역지표로 상황을 평가하기로 했다. 발생지표에는 사망자, 위중증 환자, 입원 환자, 확진자 수 등이 포함된다. 병상지표는 병상 가동률로, 접종지표는 백신 접종률과 예방효과로 평가한다. 얼개는 잡혔지만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지 않아 현재로선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단계 전환 여부를 결정할지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중환자 500명 정도는 현 의료체계 역량으로도 감당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의 방역 완화 효과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조만간 위중증 500명 선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팀장은 “최근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는 두 가지 요인은 지역사회 유행 규모가 큰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이어졌고, 백신 접종 효과가 시간에 따라 조금씩 감소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밝혔다. 결국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 외에는 위중증 환자를 줄일 마땅한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21-11-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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