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무원·판사 “국민참여재판 확대 싫어”

법원 공무원·판사 “국민참여재판 확대 싫어”

입력 2013-06-28 00:00
업데이트 2013-06-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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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재판에 스트레스…일반 재판보다 업무량 많아

국민참여재판 확대를 둘러싸고 법원 내에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이를 확대하려 하고 있지만 법원공무원과 판사들은 과로와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되레 국민참여재판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확정한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최종안이 양승태 대법원장의 결재를 거쳐 지난주 법무부에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안은 현재 피고인의 신청을 통해서만 접수되는 국민참여재판을 검사의 신청이나 법원의 직권으로도 열 수 있으며, 배심원 의결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민참여재판 관련 법률개정안이 통과되고 내년부터 시행되면 국민참여재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의 주체인 법원 공무원과 판사들은 확대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반 재판보다 업무량이 많고 스트레스가 심한 탓이다. 오원찬 서울 북부지법 공보판사는 27일 “국민참여재판은 다른 공판에 비해 준비와 진행 시간이 많이 필요해 그날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면서 “따라서 그날 처리하지 못한 업무를 하기 위해 야근과 주말 출근이 잦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보통 밤늦게까지 공판이 진행된다. 학생과 직장인 등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참석하는 만큼 검사와 재판부, 변호인이 증거 자료나 판단, 양형 기준 등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생업이 있는 배심원을 자주 부를 수가 없는 것도 ‘새벽 재판’이 잦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상원 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은 “국민참여재판은 대부분 오전에 시작해 다음 날 새벽 2~3시까지 이어진다”면서 “판사와 공무원의 경우 다음 날 쉬라고 해도 남아 있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정상적으로 출근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08년 처음 도입한 국민참여재판은 2009년 95건, 2010년 162건, 2011년 253건, 지난해 274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8~2012년 총 848건의 국민참여재판 중에서 하루에 마친 재판 건수는 785건으로 92.6%를 차지했다.

판사와 공무원들은 국민참여재판의 고충을 덜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원 충원을 꼽았다. 오 판사는 “국민참여재판의 형태를 바꾸는 것은 재판제도가 거꾸로 가게 할 수 있는 문제이고 업무 과중의 문제는 충원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근무환경 개선위원회도 현재 1개 재판부에 기본적으로 1명씩 배치되는 참여관과 실무관을 늘리는 방안을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근무환경 개선위원회의 대책이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인원 충원은 대법원의 권한 밖이기 때문이다. 판사와 공무원들은 “충원 요청을 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기획재정부나 국회에서 승인이 되지 않아 번번이 좌절됐다”고 입을 모았다. 근무환경 개선위원회 관계자는 “각급 법원에 야간 재판을 피할 것을 통보하기로 했지만 국민참여재판의 특성상 늦게까지 일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담당 인원을 추가해야만 업무 강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3-06-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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