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남편 구속기소

檢,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남편 구속기소

입력 2013-09-16 00:00
업데이트 2013-09-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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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허위진단서 3건 발급…1만달러 수수류회장, 회삿돈 87억 빼내 2억여원 부인 입원비 사용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석우)는 ‘여대생 청부살해사건’의 주범 윤길자(68·여)씨에게 허위진단서를 발급하는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윤씨의 주치의 박모(54)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와 윤씨의 남편 류모(66) 영남제분 회장을 16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교수는 윤씨의 형집행정지와 관련, 3건의 허위진단서를 발급하고 류 회장으로부터 미화 1만달러를 받은 혐의(허위진단서 작성·행사 및 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류 회장은 박 교수에게 허위진단서 발급을 부탁하면서 돈을 건네고 회사자금 87억여원을 빼돌려 이중 2억5천만원을 윤씨의 입원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및 배임증재 등)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박 교수는 2008∼2012년 윤씨가 원하는 시기에 병원에 입·퇴원할 수 있도록 하고 형집행정지를 위한 ‘맞춤형’ 진단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교수는 특히 2010년 7월 7일 ‘상태가 매우 호전됐다’는 취지의 진단서를 발급했다가 류 회장의 요구에 따라 하루만에 ‘당뇨, 압박골절, 백내장 등으로 건강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아 수감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재발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내분비내과·신경외과 등 협진의들은 ‘윤씨의 상태가 안정돼 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소견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2년 여대생 하모(당시 22세)씨를 청부살해한 혐의로 2004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2007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3번의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를 총 15번 연장했다.

윤씨는 이 기간 세브란스병원에서만 38차례에 걸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박 교수는 그 중 23회의 입원에 직접 관여하면서 외래진료나 응급실을 거치지 않고 윤씨를 바로 입원시키는 특혜를 제공했다. 또 형집행정지 만료 기간이 다가오면 검찰의 연장심사에 대비해 윤씨를 입원시켰다가 연장 결정 후 바로 퇴원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는 윤씨의 암 재발 가능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34개의 외국문헌까지 인용해 장문의 논문식 소견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병명도 점차 늘어 2012년 발급한 최종 진단서에는 병명이 12개까지 기재됐다.

검찰은 서울동부지검 소속 의사출신 검사를 파견받아 진료차트 등 5천여쪽의 의료기록을 분석하는 한편 협진의와 간호사 20여명을 불러 진단서를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교수가 발급한 진단서 29건이 대부분 과장되거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법리상 허위성이 명백한 3건에 대해서만 혐의를 적용했다”며 “나머지 진단서에 대해서도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는 충분히 징계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상장법인인 영남제분과 그 계열사에서 87억원을 빼돌려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또 부인의 입원비 2억5천만원을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형집행정지 업무에 관한 규정이 정교하지 못해 이번 사태가 촉발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과거 이 사건의 형집행정지 허가나 연장 절차에 문제가 있었는지 대검에서 경위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박 교수와 관련, “기소가 됐기 때문에 박 교수를 대기발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하지만 규정상 교원은 본인 의사에 반한 징계를 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법원의 최종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 사실상 징계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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