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친환경농산물 인증…브로커·지자체까지 공모

못믿을 친환경농산물 인증…브로커·지자체까지 공모

입력 2013-10-16 00:00
업데이트 2013-10-1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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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장성군 부군수·인증기관 운영자 등 20여명 기소

친환경농산물 인증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허위 인증을 주도하고 브로커와 인증기관이 공모해 30억원대의 보조금을 빼돌린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식품안전 중점검찰청인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합동단속반(반장 김한수 부장검사)은 인증기관을 동원해 거짓 인증을 주도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박모(59) 전남 장성군 부군수를 구속기소하고 공무원 선모(59)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또 거짓 인증으로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사기·사문서변조 등)로 인증기관 운영자와 브로커 등 총 10명을 구속 기소하고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부군수는 전남도청이 친환경농산물 인증 면적을 인사자료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하자 승진을 노리고 직원과 인증기관을 동원해 375개 농가에 거짓 인증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해 농가가 작성해야 하는 영농일기, 생산계획서를 대신 작성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약을 사용하는 농가에도 친환경 인증을 신청하라고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부군수와 공모한 인증기관은 거짓 인증의 대가로 보조금 약 3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수법으로 작년 하반기 인증 실적의 86%에 이르는 8㎢를 거짓으로 채웠다. 덕분에 장성군은 전남도에서 ‘친환경농업 우수상’을 수상하고 포상금 1억5천만원을 받았다.

브로커와 인증기관이 결합해 거짓 인증을 주도하고 29개 지자체로부터 보조금 30억원을 받아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농자재상 등 브로커 10명과 인증기관 7곳은 농자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며 전국 5천700여개 농가를 끌어들여 63.8㎢에 대해 허위 인증서를 발급했다.

검사과정도 부실했다. 인증 심사의 핵심인 농약검사를 생략하거나 검사 결과를 바꿔치기하기도 했다. 묘지와 도로, 저수지가 농지로 둔갑했고, 수돗물을 시료로 사용하고 토양시료를 뒷산 흙으로 바꿔치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친환경농산물 시장은 최근 들어 급격히 성장해왔으며 정부는 인증 업무를 올해까지 민간에 완전히 이양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지난 8월부터 인증 시스템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지자체의 실적 지상주의와 과도한 보조금 지원, 인증기관 난립으로 인한 브로커 개입,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 등이 결합한 구조적 비리를 확인했다”며 “관련 법 개정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수사결과를 통보하고 보조금을 환수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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