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민영은 후손들 ‘땅 찾기’ 항소심 패소

친일파 민영은 후손들 ‘땅 찾기’ 항소심 패소

입력 2013-11-06 00:00
업데이트 2013-11-0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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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 “청주시가 무단점거” 소송

친일 반민족행위 재산조사위원회가 결정한 국가귀속 대상에서 제외됐더라도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된다면 국가 소유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민사항소1부(부장 이영욱)는 5일 친일파 민영은의 후손 5명이 청주시를 상대로 낸 ‘도로 철거 및 인도 등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후손의 손을 들어줬던 원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 판결은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것이다. 친일재산귀속법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1904년 2월 8일 러·일전쟁 시작 시점부터 1945년 8월 15일 사이에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보고 있다. 소송이 제기된 토지는 민영은이 1911년부터 1928년 사이에 취득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친일 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는 민영은이 취득한 문제의 땅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추정되는 만큼 국가소유로 귀속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 “친일 반민족 재산조사위원회가 이 토지에 대해 친일재산으로 인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며 조사개시 결정을 취소한 바 있으나 이런 사정이 친일 반민족 행위 재산이라는 추정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친일재산 조사위의 판단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소송은 민영은 장남의 자녀들이 자신들의 땅 12필지(총면적 1894.9㎡)를 시가 무단점용하고 있다며 토지인도와 부당이득금 등을 요구하면서 2011년 시작됐다. 민영은이 사망한 1944년 이후 이 땅의 상속절차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후손들이 자신들에게 상속됐음을 전제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시는 1심 재판과정에서 민영은이 땅을 시에 기부했고, 오랫동안 후손들이 사용수익을 포기했다며 원고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맞섰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기부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후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시는 항소한 뒤 민영은의 친일행적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시는 민영은이 1905년 충주농공은행 설립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일찌감치 친일활동을 시작한 이후에 문제의 토지를 취득한 사실을 입증하는 데 주력, 승소를 이끌어 낸것이다. 청주지법 관계자는 “1심 재판 당시 거론되지 않았던 민영은의 친일행적이 항소심에서 다뤄지면서 판결이 뒤집히게 됐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3-11-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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