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정 토플 대리시험 ‘영어고수’ 중국인들 기소

한국원정 토플 대리시험 ‘영어고수’ 중국인들 기소

입력 2013-12-23 00:00
업데이트 2013-12-2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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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여권으로 감독관 눈속임…2명이 같은 옷 입고 와 화장실서 ‘바꿔치기’

한국으로 ‘원정’을 와서 토플(TOFEL)과 미국 대학원 입학능력시험(GRE) 대리시험을 치른 중국인 영어 고수들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김형렬 부장검사)는 위조여권을 이용해 한국에 입국해 대리시험을 치른 혐의(업무방해 및 위조사문서 행사)로 J(28·여)씨 등 중국인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J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 현지의 인스턴트 메신저인 ‘큐큐’(QQ) 등을 통해 토플 및 GRE 고득점을 원하는 다른 중국인들의 의뢰를 받아 1건당 40만∼200만원을 받고 한국에서 대리시험을 치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4명은 중국 유명 방송사 직원인 J씨를 비롯해 베이징 소재 유명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는 다른 J(여·22)씨, 컴퓨터 프로그래머 T(29)씨, 중국 명문대생 J(30)씨이다.

방송사 직원 J씨는 지난 8월과 10월, 11월 국내 토플 시험에서, 대학생 J씨는 9월, 11월 토플과 10월 GRE 시험에서 각각 대리 응시했다.

T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1월까지 11차례에 걸쳐, L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11월까지 7차례에 걸쳐 각각 국내 토플 시험을 응시자 대신 치렀다.

이들은 iBT(인터넷 기반 토플시험) 기준으로 120점 만점에 100점 이상을 기록하는 영어 고수들이라고 검찰은 전했다.

이들은 QQ와 이메일 등을 통해 중국 내 의뢰자, 전문 브로커로부터 인적사항과 사진 등을 받아 위조여권을 만들어 국내로 입국한 뒤 시험장에서 제시했다.

중국인 의뢰자와 브로커들은 대리 응시자들에게 선불로 왕복 항공권과 숙박비 등 체류경비를 제공했으며 성적이 좋을 경우 추가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L씨의 경우 중국인 의뢰인과 함께 고사장으로 와서 신분증 검사 후에 ‘바꿔치기’를 시도하는 코미디 같은 행적도 벌였다.

대리시험 의뢰인이 신분증 검사를 정상적으로 받은 뒤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잠시 빠져나오면 인근 화장실에 숨어 있던 L씨가 대신 시험장에 입실해 시험을 치렀다.

이들은 중국에서 위조여권으로 대리시험을 치르면 적발될 우려가 크지만 한국에서 치를 경우 한국인 감독관들이 중국인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

그러나 시험 주관사인 미국교육평가원(ETS)이 지난달 토플 시험 시행에 앞서 “응시료 결제 때 입력한 신용카드 번호 끝자리와 이메일 주소가 같아 수상하다”고 경찰에 제보해 시험장에서 여권 검사를 통해 범인들을 체포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인들이 대리시험을 한 번 치르면 120만∼130만원을 받는데 2회 정도만 응시해도 중국 직장인의 한달 치 월급을 훌쩍 넘는다”며 “단기간에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대리시험을 치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은 국내에서 재판을 통해 유죄를 받은 뒤 추방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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