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감 16일 만에… 김형준 부장검사 檢 소환

특감 16일 만에… 김형준 부장검사 檢 소환

김양진 기자
입력 2016-09-23 20:56
업데이트 2016-09-23 22:1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금융통’ 엘리트 검사의 추락

‘금품·향응 수수’ 피의자 신분
비공개에 ‘동료 감싸기’ 논란도
고교동창 ‘스폰서’ 김씨도 기소


이미지 확대


김형준(46·사법연수원 25기) 부장검사가 금품·향응 수수 피의자로 23일 검찰에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등 요직을 거치며 후배들의 선망을 받았던 엘리트 검사이면서 뒤로는 고교 동창 사업가를 스폰서로 두고 틈틈이 유흥업소를 들락거리며 한 줌의 사법권력을 탐닉했던 그의 ‘이중생활’이 결국 사법적 단죄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이날 소환은 오전 8시 30분 비공개로 이뤄졌다. “‘검사장급(차관급) 이상만 공개소환’이라는 공보준칙에 따른 것”이라고 검찰은 설명했지만, 다른 사건과의 형평을 감안할 때 “동료 검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찰청 특별감찰팀(팀장 안병익)은 이날 밤늦게까지 김 부장검사를 상대로 제기된 각종 의혹의 사실 관계와 경위, 배경 등을 캐물었다. 김 부장검사가 소환된 것은 관련 의혹으로 지난 7일 대검이 특별감찰팀을 구성한 지 16일 만이다.

검찰은 김 부장검사가 사업가 김모(46·구속)씨 등 지인이나 주변으로부터 금품·향응을 받고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는지, 금전 거래를 한 것 등이 뇌물 성격을 띠는지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김 부장은 김씨 사건 수사 무마를 위해 서울서부지검 사건담당 검사 등을 만나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지난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근무하면서 수사 대상인 박모 변호사와 4000만원 규모의 금전 거래를 하고,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수사 대상이었던 KB투자증권의 임원 정모씨로부터 고급 술집에서 세 차례에 걸쳐 접대를 받고 수사동향을 흘린 의혹도 제기됐다.

아울러 김 부장검사가 자신의 비위사실을 감추고자 김씨에게 진술 번복 및 문자 메시지 삭제 등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특별감찰팀의 규명 대상이다.

실제로 김 부장검사와 김씨가 주고받은 문자 대화 내용 등을 보면 김 부장검사는 지난달 “수사검사가 압수수색을 할지 모르니 집, 사무실에 불필요한 메모 등이 있는지 점검해서 조치해라. 휴대전화는 버려라”고 조언했다.

김 부장검사는 특별감찰팀으로부터 제출 요청을 받았던 자신의 휴대전화를 최근 분실했다고 주장하면서 ‘그간 검사 생활에서 배운 수사기법을 자신의 범행을 감추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받았다. 특별감찰팀은 그간 김 부장, 김씨, 주변 인물들을 대상으로 금융계좌 추적과 비위 규명 작업을 벌여 왔다. 검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김 부장검사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70억대 횡령·사기 혐의로 스폰서 김씨를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자신이 소유한 게임·전자기기 유통회사 J사를 통해 “중국산 보조배터리를 싼값에 넘겨주겠다”고 속이는 등의 수법으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2개 업체로부터 58억 2000만원을 받아 가로채고 이 돈 중 23억 3000만원을 유흥비 등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난달 26일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도주했다가 이달 5일 검찰에 체포됐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6-09-24 9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