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 아냐”… 강남역 살인범 징역 30년

“여성 혐오 아냐”… 강남역 살인범 징역 30년

최지숙 기자
입력 2016-10-14 18:04
업데이트 2016-10-14 18:0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치료감호·20년 전자발찌 부착 명령

‘조현병 살인’ 결론… 법조계 논란

지난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 사건’의 범인 김모(34)씨에 대해 법원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이 여성 혐오에서 비롯된 범죄가 아니며 김씨의 조현병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유남근)는 14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징역 30년과 함께 치료감호 및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자신과 아무 연관도 없는 이의 생명을 빼앗는 범행은 생명 경시 태도가 매우 심각한 범죄임에도 피해자의 명복을 빌거나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반성이 없다”고 판단 배경을 밝혔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양형 근거를 놓고 “범행 당시 김씨에게 조현병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불완전한 책임능력을 보이는 김씨의 형량을 정함에 있어 심신미약 상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재범의 위험성이 있어 가석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 뒀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됐던 여성 혐오 여부와 관련해 재판부는 “정신감정인에 따르면 김씨가 여성을 폄하하기보다는 남성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남성에 대한 두려움과 피해 의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죄의식이 없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검찰의 무기징역 구형을 물리친 것을 놓고 법조계 안팎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조현병 살인’이라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인데 약자를 고를 줄 아는 판단력과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계획성이 있음에도 조현병을 이유로 가볍게 처벌한다면 불특정 다수 여성들의 두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씨는 지난 5월 17일 오전 1시쯤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의 주점건물 공용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A(23·여)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6-10-15 14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