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승마협회장을 맡았던 박상진(64·불구속기소)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이 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과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지만 일체의 증언을 거부했다. 특히 정유라(21)씨에 대한 승마 지원 여부를 묻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도 증언을 일체 거부했다. 박 전 사장은 이재용(49·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시로 정씨의 승마를 지원한 혐의(뇌물공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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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서울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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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서울신문DB
박 전 사장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에 소환돼 증인신문을 받았지만, 특검팀과 검찰의 질문에 전혀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으며 진술한 내용이 조서에 사실대로 기재됐는지, 이를 확인하고 서명 날인했는지를 묻는 특검팀의 첫 질문에 “죄송합니다. 증언을 거부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특검팀이 “본인 재판에서는 (조서의) 진정 성립을 인정하고 증거로 사용하는데 동의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증언을 거부합니다”라고만 답했다.
특검팀이 증언 거부 이유를 묻자 박 전 사장은 “제가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데 제 재판과 관련한 질문은 증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변호인의 조언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7월 25일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직후 대한승마협회와 관련된 긴급 회의를 열 것을 지시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만나 30~40분 정도 면담한 직후 박 전 사장에게 “빨리 들어오시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 문자가 전달된 직후 박 전 사장이 또 다른 삼성 관계자로부터 “승마협회 관련 회의를 빨리 준비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자들이 오간 뒤 이 부회장과 장충기(63·불구속 기소)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 박 전 사장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가 열렸고, 지난해 7월 27일 박 전 사장이 정씨가 있는 독일로 출국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해 7월 30일 삼성과 최씨 측이 구체적인 승마 지원 액수를 논의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수사 결과 내용이다.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이 2014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승마협회를 맡아줄 것을 요청받고 이를 미래전략실에 지시한 것 아니냐”, “박 전 대통령이 어떤 경위로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아 운영해달라고 지시했는지 아느냐”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나 박 전 사장으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거부합니다”뿐이었다. 이렇게 특검팀의 주 신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변호인의 반대신문도 무산됐다. 결국 이날 종일 예정됐던 신문은 오전 10시 50분에 시작해 오전 11시 25분에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