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일정 앞당겼으나… 기술·예산 부족 2020년 달 탐사 ‘삐걱’
11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KSLVⅡ 개발·발사를 완료하고 2020년에 KSLVⅡ를 이용해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한국우주개발 로드맵은 2021년에 KSLVⅡ를 발사하고 2025년을 전후해 달 탐사선을 발사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었다. 특히 달 탐사선은 KSLVⅡ 발사 이후로만 설정됐을 뿐 구체적인 발사계획은 수립되지 않은 단계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대선 TV토론에서 “2020년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하겠다”고 밝히면서 로드맵을 통째로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KSLVⅡ 발사를 3년, 달 탐사선 발사를 5년이나 앞당기면서 KSLVⅡ의 후속과제로 계획했던 달 탐사선 개발에 당장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2021년까지 1조 5449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는 KSLVⅡ 사업의 예산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7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예산과 인력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달 탐사선은 예산 타당성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내년 예산에 반영될지도 불확실하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4월 말까지 달 탐사 로드맵을 확정한 뒤 기획재정부에 예산 타당성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던 KSLVⅡ 사업에 고작 1040억원만 배정된 점을 감안할 때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연구진 확보도 난제다. 현재 항우연의 달 탐사 관련 인력은 달 탐사선 시험모델을 제작 중인 9명이 전부다.
이 때문에 순수 국내기술 확보라는 당초 목표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항우연 관계자는 “KSLVⅡ 개발이 지연될 경우 2020년이라는 달 탐사 목표에 맞추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탑재체에 탐사선을 실어 쏘아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발사체 성능시험이 달 탐사 계획의 1차적 목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객이 뒤바뀐 것이다. 항공학계의 한 교수는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 보았듯 우주개발은 숱한 실패와 지연이 되풀이되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무리하게 시한을 정해 놓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기본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