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도 간지럼 태우면 사람처럼 낄낄거린다

생쥐도 간지럼 태우면 사람처럼 낄낄거린다

입력 2016-11-14 17:47
업데이트 2016-11-15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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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드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먹은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지치지 않고 뛰어다니고 소리지를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리학적으로 보자면 투입 에너지보다 방출 에너지가 몇 배는 많아 보이는 비정상적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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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훔볼트대 연구진이 간지럼에 반응하는 뇌부위를 찾기 위해 생쥐의 배를 간지르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
독일 훔볼트대 연구진이 간지럼에 반응하는 뇌부위를 찾기 위해 생쥐의 배를 간지르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은 퇴근한 엄마, 아빠가 파김치가 돼 있든 말든 놀아달라고 졸라 대기 일쑤입니다. 그럴 때 전 아이들을 양옆에 누이고 책을 읽어 주다가 간지럼을 태우곤 합니다. 간지럼 태우기는 의외로 큰 힘 들이지 않고 아이들을 까르르 웃게 만드는 묘약입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사람은 간지럼을 탄다고 합니다. 1990년대 말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볼링그린스테이트대 신경과학자 자크 팡크솁 교수는 사람뿐 아니라 침팬지 같은 유인원은 물론 심지어 개도 간지럼을 탄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간지럼을 탄다는 사실만 밝혀냈을 뿐 간지럼과 웃음과의 연관관계 같은 구체적 메커니즘을 밝혀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 연구진이 설치류인 생쥐도 간지럼을 태우면 특정 뇌 부위가 자극되면서 사람처럼 웃음을 참지 못한다는 사실과 함께 간지럼을 태울 때 반응하는 뇌 영역을 알아냈습니다.
 독일 훔볼트대 번스타인 전산신경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생쥐 5마리의 뇌에 각각 8개의 전극을 심은 뒤 쥐가 내는 소리를 기록한 결과 간지럼을 태우면 사람이 듣지 못하는 초음파 영역에서 낄낄거리는 소리를 내며 즐거워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11일자에 발표했습니다. 간지럼을 태우면 아이들이 자지러질 듯이 웃는 소리를 생쥐도 낸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생쥐들이 간지럼을 탈 때 체감각피질(somatosensory cortex)이란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 영역에 있는 뇌신경세포들은 배를 간질일 때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꼬리를 간지럽힐 때는 활성화되지 않았고 웃음도 터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쥐들은 간지럼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의 얼굴이 어둡고 웃음이 줄어드는 이유와도 비슷한 것 아닐까요.
 어쨌든 이번 연구는 2300여년 전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제기한 “왜 사람은 스스로를 간지럼 태우지 못할까”라는 궁금증을 푸는 데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간지럼을 태우면 웃는 이유와 특정 부위가 다른 부위보다 더 간지럼을 타는 이유도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자신을 간질이려고 할 경우 손가락 끝의 움직임이나 팔의 운동에서 오는 신호들이 뇌에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스스로 간지럼을 타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조현병 환자들은 스스로 간지럼을 태우면서 웃기도 한다고 합니다.
영국의 심리학자 소피 스콧 런던대(UCL) 교수는 웃음의 뿌리를 간지럼과 놀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간지럼을 탈 때 웃는 것이 원시시대 중요한 친화적 목적으로 진화됐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아교육 분야에서는 간지럼 놀이가 유아와 부모를 친밀하게 연결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눈치 없이 계속 간질이다가는 느닷없이 발길질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과 간지럼 놀이를 할 때도 계속해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edmondy@seoul.co.kr

2016-11-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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