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돋보기] 뒷북 자정결의 해본들…

[스포츠 돋보기] 뒷북 자정결의 해본들…

입력 2012-02-14 00:00
업데이트 2012-02-1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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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선수 4명 영구제명 錢主·브로커는 못 잡아

1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 코트에 한참 땀방울을 떨궈야 할 프로배구 남녀 12개 구단(상무신협 제외)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프론트가 한자리에 모였다. 배구계를 강타한 승부조작 사태와 관련해 한국배구연맹(KOVO)이 부정방지 자정결의대회를 연 것.

자리를 가득 메운 200여명의 선수들은 하나같이 어두운 낯빛이었다. 이날 오전 4명의 동료들이 배구판에서 영구 제명됐다.

KOVO 상벌위원회는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김상기와 임시형, 박준범(이상 KEPCO), 최귀동(상무신협)이 앞으로 선수로는 물론, 지도자로도 활동할 수 없게 했다. 또 자진신고한 홍정표(삼성화재)에 대해서는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선수 자격을 일시 정지시켰고, 은퇴한 염순호, 정평호는 앞으로 KOVO와 관련된 모든 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논의하기로 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A 선수는 “동료들 이름이 블랙리스트로 나돌고 있지만 차마 확인 전화조차 할 수가 없다. 거짓말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는 노릇 아닌가.”라며 한숨을 쉬었다. B구단 관계자는 “계속되는 자체 조사와 면담 때문에 선수들의 경기력에까지 영향이 있을 정도”라고 걱정했다.

시즌 중 터진 최악의 스캔들에 당황한 KOVO는 신속한 사후 조치로 사태를 빨리 수습해 보려고 발버둥치고 있지만 결의대회는 차라리 만시지탄(晩時之歎)이었다.

선수들은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승부조작 파문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다고 전한다. C 선수는 “승부조작은 당연히 나쁜 일이지만, 음지에 숨어 있는 전주(錢主)와 브로커들이 달아난 상황에서 배구선수들이 집중 포화를 맞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로배구 승부조작에 간여한 브로커들은 지난해 프로축구 수사 때에도 등장한 인물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해외 서버로 불법도박 사이트를 개설하고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는 전주들의 윤곽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

프로배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승부조작을 부추기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다른 프로스포츠에서도 같은 추문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날 결의대회가 일면 공허하고 하릴없어 보이는 이유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2-02-14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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