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챔프전 관전포인트 4
‘사령탑’부터 ‘득점 기계’, ‘국내 빅맨’, ‘다재다능한 포인트가드’까지 네 가지 매치업이 관전의 재미를 높인다.오는 19일 전북 전주체육관에서 1차전을 시작하는 2015~16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은 닮은꼴들의 충돌로 팬들을 즐겁게 할 전망이다. 정규리그 막바지 ‘잃어버린 24초’로 얽힌 두 팀의 악연까지 더해져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우선 프로농구판에서 희소성이 높은 성(姓)씨인 추승균(42) KCC 감독과 추일승(53) 오리온 감독이 맞붙어 ‘춘추전국시대’가 아닌 ‘추추전국시대’가 열린다. 아우는 팀을 맡은 첫해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아예 통합 타이틀까지 넘보고, 형님 역시 생애 첫 챔피언 타이틀을 노린다.
역대 챔프전에서 같은 성씨의 사령탑끼리 만나는 것은 프로 원년인 1997년 기아(최인선)-나래(최명룡), 2000~01시즌 삼성(김동광)-LG(김태환)에 이어 세 번째다.
●에밋 vs 헤인즈 ‘득점 기계’ 충돌
프로농구연맹(KBL)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포지션별 매치업도 화려하다. 안드레 에밋(KCC)은 KGC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PO) 네 경기에서 33.8득점 7.8리바운드 2.8어시스트로 화려한 득점력을 뽐냈다. 애런 헤인즈(오리온)는 모비스와 4강 PO 세 경기를 치르며 23득점 10.7리바운드로 못지않았다.
●하승진 vs 이승현 ‘토종 빅맨’ 몸싸움
토종 빅맨들은 골 밑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예고한다. 하승진(KCC)은 4강 PO에서 15.8득점 14.8리바운드의 괴력을 뽐냈다. 이승현(오리온)은 8득점 3.3리바운드로 처져 보이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팀 기여도가 높다.
●‘다재다능 포인트가드’ 전태풍 vs 잭슨
화려한 볼 핸들링에 3점슛까지 갖춘 포인트가드 대결도 볼만하다. 전태풍(KCC)은 4강 PO에서 13.8득점 4어시스트로 활약했고 조 잭슨(오리온)은 16득점 7어시스트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둘은 정규리그 5라운드 맞대결 직후 코트 밖에서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오리온은 KCC와 6라운드 맞대결 때 계시기가 24초 멈춰 서는 바람에 2점 차로 패배해 순위 다툼에서 밀린 악연을 갖고 있다. 특히 구단 관계자들이 바짝 독이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일승 감독이 지난 12일 모비스를 3연승으로 누르고 챔프전 진출을 확정한 뒤 “정규리그를 끝낸 뒤부터 우리가 있을 자리(순위)가 여기가 아니라고 선수들에게 얘기해 왔다”고 털어놓은 것도 이 사달을 에둘러 짚은 것이었다.
KCC의 4강 PO 와중에도 심판 판정을 둘러싼 얘기들이 있어 왔다. 해서 챔프전에서 감정 싸움이 극단적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6-03-15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