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선수 피해 사실 알리기 힘들어… 용기 내주셨으면”

“현역 선수 피해 사실 알리기 힘들어… 용기 내주셨으면”

안동환 기자
안동환 기자
입력 2019-01-14 22:32
업데이트 2019-01-15 00:1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고교시절 성폭행’ 폭로 신유용씨

코치 “말하면 유도계서 끝” 협박·폭행도
여자 코치·동기에 털어놔…증언은 거부
시스템 갖춰져 있었다면 도움 청했을 것
이미지 확대
고교 재학 이후 유도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유도 선수 신유용씨가 14일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충격적인 고백을 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 재학 이후 유도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유도 선수 신유용씨가 14일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충격적인 고백을 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유도 선수 신유용(24)씨가 14일 소셜미디어(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성폭행 사실을 밝히며 가해자를 고발했다. 신씨가 용기를 내 고발한 현실은 우리 학교 체육이 맞닥트리고 있는 가증스러운 민낯이었다.

신씨는 이날 “성범죄 예방 교육을 미리 받고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도움을 청했을 것”이라며 “현역 선수들은 피해 사실을 알리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전북 고창 영선고 1학년 때 남교사 숙소에서 처음 수치스러운 일을 당한 뒤 졸업한 뒤인 2015년까지 연락이 왔다고 했다.

신씨는 “중·고 시절 코치였던 A씨로부터 고교 1학년 때인 2011년부터 고교 졸업 후까지 20여차례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코치 숙소를 청소하던 신씨를 성폭행한 뒤 “네가 막 메달을 따기 시작했는데, 누군가한테 말하면 너랑 나는 유도계에서 끝”이라고 협박까지 했다는 게 신씨의 증언이다. 또 한겨레 인터뷰에서 “A씨가 ‘단무지’라 불리는 노란색 수도관 파이프로 허벅지 등을 때렸다”고 했다.

신씨는 “처음 성폭행을 당한 뒤 1년 동안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막내 여자 코치와 동기 한 명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두 사람에게 증언을 부탁했는데 들어주지 않았다. 코치님은 유도계에 몸담고 있어 힘들다고 하더라. 동기는 만나기로 한 날 연락이 두절됐다”고 전했다. 이는 성폭행 피해를 주변에 알리는 것조차 어렵고 도움을 받는 건 더욱 어려운 현실을 지적한 것이었다. “만약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면 좀더 일찍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신씨가 당시 경험한 건 절망이었고, 총체적인 시스템의 부재였다.

신씨는 성폭행이 유도 선수로서의 꿈을 포기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는 2012년 전국체전에서 무릎을 다쳐 유도계를 떠났다고 알려졌지만 당시 재활 훈련을 했고, 얼마든지 복귀할 수 있었다”면서 “성폭행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고 그 소문이 퍼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부상을 핑계로 고교 3학년 때 운동을 접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가족들이 이 사실을 가장 마지막에 알았으면 했지만 이 사건을 공개하기 전 유도계에선 소문이 돌고 있었고, 고소하기 전 가해자의 아내가 친오빠에게 전화해 얘기했다”면서 “이제 어머니까지 알게 됐다.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9-01-15 8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