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소녀는 꿈메달을 얻었다

난민 소녀는 꿈메달을 얻었다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6-08-07 22:58
업데이트 2016-08-08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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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선수 45명 중 41위 마르디니 접영 예선 탈락

“자유형 때 최선 다할 것”
조직위 “金보다 값진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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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출신 ‘난민 소녀’ 유스라 마르디니(18)가 7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접영 100m 예선전에서 터치패드를 찍은 뒤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시리아 출신 ‘난민 소녀’ 유스라 마르디니(18)가 7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접영 100m 예선전에서 터치패드를 찍은 뒤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시리아 출신 난민 소녀가 브라질을 울렸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결성된 올림픽 난민팀(ROT) 소속으로 출전한 유스라 마르디니(18)는 첫 시합인 여자 접영 100m 예선전을 치른 뒤 “나의 유일한 소망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었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출전선수 45명 중 41위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실망한 표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준결승 진출이)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접영 100m 예선에서 마르디니는 1분 09초 21의 기록으로 1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전체 참가 선수 중에서는 41위로 16명이 겨루는 준결승에 나서지 못했다. 전체 1위인 사라 셰스트룀(스웨덴·56초 26)보다는 12초 95가 늦었다. 올림픽 역사상 첫 난민팀의 일원으로 참가한 그의 성적표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비록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금메달보다 값진 성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남은 경기는 11일 오전 1시 열리는 여자 자유형 100m 대회다. 이 경기에서 탈락하면 그는 짐을 싸야 한다. 마르디니는 “자유형 경기 때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최종 목표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도 출전하는 것인 만큼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의 촉망받는 수영선수였다. 2012년 월드 챔피언십 수영대회에 시리아 대표로 출전했지만 2년 전 내전으로 고국이 찢겨지면서 언니와 함께 피란길에 올랐다. 이때부터 위험천만한 난민 생활이 시작됐다. 터키에서 소형보트를 타고 그리스로 향하던 중에 배에 물이 차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배에 타고 있던 다른 3명과 함께 바다에 뛰어들어 3시간 넘게 보트를 끌었다. 무사히 그리스 섬에 도착했고, 그는 20명의 생명을 구한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후 독일에 정착한 마르디니는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등에서 온 난민들과 함께 팀을 이뤄 올림픽에 출전했다. 시리아 국기 대신 오륜이 새겨진 올림픽기를 달고 개막식에 참석한 그는 난민이 부정적인 용어가 아님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우리 난민팀의 모습을 보면서 꿈을 되찾고 그 꿈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난민팀은 이미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나 다름없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08-0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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