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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만 네 번 강민구, “7연승 하는 날, 그 날이 우승날이죠”

준우승만 네 번 강민구, “7연승 하는 날, 그 날이 우승날이죠”

최병규 기자
입력 2021-11-10 07:00
업데이트 2021-11-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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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 팀리그 후기리그 단식전적 7승2패‥에버리지 2.571로 부문 2위
블루원엔젤스 단독 1위 일등공신‥PBA 투어 4전5기 첫 우승도 각오

프로당구(PBA) 3년차 ‘원년 멤버’ 강민구(38·블루원리조트)는 개인전 투어에서 6연승만 네 차례 했다. 팀리그에서는 7연승까지 해봤지만 PBA 투어에선 그게 전부다. 한 번도 패하지 않고 7번 잇달아 이기면 우승이다. 바꾸어 말하면 강민구는 마지막 결승에서 패해 준우승만 4번 했다는 얘기가 된다. PBA 투어에서 네 차례 결승에 올라 네 번 모두 준우승한 이는 강민구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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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가 9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PBA 팀리그 나흘째 크라운해태와의 경기 단식에 출전, 적구를 조준하고 있다.[PBA 제공]
강민구가 9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PBA 팀리그 나흘째 크라운해태와의 경기 단식에 출전, 적구를 조준하고 있다.[PBA 제공]
그는 2019년 PBA 투어 출범 때부터 우승 후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첫 시즌 개막전인 파나소닉오픈 결승에 올라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를 상대로 초대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겨뤘지만 마지막 7세트 9-8의 리드를 잡아 우승에 단 두 포인트만 남은 상황에서 ‘1억(우승 상금)짜리 옆돌려치기’가 깻잎 한 장 차이로 불발되면서 그는 눈물을 삼켰다.

팀리그 5라운드 4일차 경기가 열린 9일 경기 일산의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크라운해태와 경기를 마치고 만나 강민구는 “이후 세 차례 준우승은 카시도코스타스와의 대결이 남긴 트라우마 때문은 아니었다”고 손사래쳤다. “물론 멘털 면에서도 부족했지만 체력적인 면에 약점이 많았던 탓”이라고 애써 항변했다. “큰 무대 경험이 부족했던 탓”이라고도 했다.

사실 강민구는 당구판에서 ‘꽃길’을 걸은 적이 없다. 대한당구연맹(KBF) 랭킹 상위 40명에게 주는 투어 원년 시드를 받긴 했지만 세계 당구의 주류를 이루던 세계캐롬당구연맹(UMB)에서 잔뼈가 굵은 뭇 선배와 동료들과는 출신 성분이 달랐다. 세계대회 출전도 국내에서 열린 두 차례가 전부다. 그는 “PBA 투어가 제가 내세울 수 있는 당구 커리어의 전부”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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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 팀리그 블루원리조트 블루앤젤스의 강민구(왼쪽)과 스롱 피아비가 7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NH농협카드 그린포스와의 경기에 앞서 손을 부딪히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PBA 제공]
PBA 팀리그 블루원리조트 블루앤젤스의 강민구(왼쪽)과 스롱 피아비가 7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NH농협카드 그린포스와의 경기에 앞서 손을 부딪히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PBA 제공]
고교 재학 당시 재미로 시작한 당구가 금세 사구 700점이 될 만큼 소질이 있었다. 대학 때는 고점자 전용 테이블인 이른바 ‘대대’에서 날아다녔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던 그는 29살 되던 해 잠시 당구를 접고 유학길에 올랐지만 부친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몰락하자 국내로 돌아와 다시 당구로 눈을 돌려 당구장 매니저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었다.

내공을 차곡차곡 쌓은 그는 서른 다섯 되던 해 PBA 투어에 발을 들이면서 어엿한 직업인, 프로당구 선수가 됐다. 블루원리조트라는 듬직한 소속팀도 만났다. 하지만 단체전 리그인 팀리그에서도 편치는 않았다. 6개팀으로 출발한 첫 시즌을 6위로 마친 속팀 블루원은 올 시즌 전기리그(3라운드)까지도 꼴찌를 면치 못했다. 강민구는 “팀이 꼴찌하는 데 제가 일조했다”며 자책했다.

하지만 블루원과 강민구는 후기리그 들면서 달라졌다. 팀은 2무2패 뒤 3연승하며 4라운드를 마친 뒤 5라운드에서도 초반 3연승으로 통산 6연승을 내달리며 창단 첫 단독 1위까지 뛰어올랐다. 9일 크라운해태에 발목을 잡혔지만 후기리그 전적 6승2무3패(승점 20)로 여전히 선두 자리는 놓지 않았다. 승률 54.5%에 팀 에버리지도 1.402로 8개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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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와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가 14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프로당구(PBA) 투어 웰뱅챔피언십 결승에 나서기 전 선전을 다짐하며 악수를 나구고 있다. [PBA 투어]
강민구와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가 14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프로당구(PBA) 투어 웰뱅챔피언십 결승에 나서기 전 선전을 다짐하며 악수를 나구고 있다. [PBA 투어]
제 모습을 찾은 ‘에이스’들의 활약에 강민구도 빠지지 않았다. 단식에만 9차례 나서 이 가운데 7번을 이기고 2경기만 내줬다. 승률은 무려 77.8%. 복식까지 통틀면 12승10패, 승률 54.5%로 고만고만했지만 에버리지 부문에선 2.571로 단연 2위를 꿰찼다. 9일 크라운해태전에서 지지만 않았더라면 3.000을 웃돌 참이었다.

4라운드 SK렌터카와의 경기에서 강동궁을 상대로 ‘퍼펙트큐(한 큐 연속 15점)’의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완전히 제 모습을 찾은 강민구는 “예전엔 저를 비롯한 팀원들이 경기 결과를 예단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게 잘못이었다”면서 “지금은 모두가 잘 쳤을 때를 상상하면서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한다. 저 역시 마찬가지”라고 꼴찌에서 1위가 된 비결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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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가 9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PBA 팀리그 나흘째 크라운해태와의 경기 단식에 출전, 적구를 조준하고 있다.[PBA 제공]
강민구가 9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PBA 팀리그 나흘째 크라운해태와의 경기 단식에 출전, 적구를 조준하고 있다.[PBA 제공]
남도열 PBA 경기위원장은 “강민구의 당구 스타일은 매우 섬세하고 세밀한 편”이라고 말한다. 강민구 자신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그는 “흔히 선수들이 말하는 당구의 감각을 저는 믿지 않는다. 당구책에 나오지 않는 20개 남짓의 공식을 스스로 만들어 경기에 대입한다”면서 “마치 책이 가르치는 것을 제 스타일로 바꾸는 ‘공식의 감각화’라고나 할까요”라고 웃었다.

PBA 3년차 강민구는 이제 본격적으로 날 준비를 마쳤다. 소속팀 블루원엔젤스도 천사의 날개를 더 크고 활짝 펼치고 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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