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가방 사건’ 장하나-전인지 맞대결에 ‘구름 갤러리’

‘공항 가방 사건’ 장하나-전인지 맞대결에 ‘구름 갤러리’

입력 2016-06-10 09:00
업데이트 2016-06-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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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홀 티샷 전 가벼운 문답…이후엔 서로 경기에 몰두

대회 전 화해…갤러리 한마음 “앙금 털고 둘 다 선전하길”

“설마 첫 홀 시작 전까지 화해 안 했을까요? 안 그러면 둘 다 마음이 흔들려서 오늘 손해 볼 텐데요.”

물어보는 장하나, 대답하는 전인지.연합뉴스
물어보는 장하나, 대답하는 전인지.연합뉴스
손뼉 치는 전인지, 티샷 날리는 장하나.연합뉴스
손뼉 치는 전인지, 티샷 날리는 장하나.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해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챔피언십 1라운드가 열린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인근 새머미시의 사할리 골프장(파 71·6천624야드) 10번 홀.

오후 1시 30분 1∼2라운드에서 한 조로 경기를 치르는 장하나(24·BC카드)와 전인지(22·하이트진로)의 샷 대결을 보러온 재미동포 한 분이 걱정을 드러냈다.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을 앞두고 우정의 대결을 펼치는 두 선수가 마음을 풀고 멋진 승부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 보였다.

지난 3월 ‘공항 가방 사건’으로 불편한 관계이던 두 선수가 마침내 한 홀에 같이 섰다.

‘공항 가방 사건’은 3월 싱가포르에서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를 앞두고 벌어진 의도치 않은 사건이다.

장하나의 아버지가 싱가포르 공항 에스컬레이터에서 놓친 가방에 부딪힌 전인지는 허리 부상으로 한 달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양측의 감정싸움에 불이 붙으면서 장하나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몸져누웠다.

그러다가 3개월 만에 녹색 그린에서 정면으로 마주친 것이다.

사연을 잘 아는 시애틀 거주 재미동포는 물론 한국에서 건너온 팬들이 두 선수를 열심히 쫓아다녔다.

장하나를 응원하는 팬들은 후원업체인 BC카드 빨간색 우산을 쓰고 선수를 따라다녔다.

전인지의 애칭인 ‘덤보’를 붙여 ‘팀 덤보’라는 노란색 모자와 전인지의 사진이 담긴 깃발을 흔드는 팬도 눈에 띄었다.

어떤 갤러리는 “대회 조직위원회가 이 사실을 잘 알고 흥행을 위해 두 선수를 한 조에 편성한 것 같다”는 전문가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경기 시작에 맞춰 두 선수가 등장하자 갈채가 쏟아졌다.

장하나가 전인지에게 공을 보이면서 뭔가를 묻자 전인지가 곧바로 답했다. 물어보는 장하나나 대답하는 전인지 모두 어색하거나 찡그린 얼굴은 아니었다.

대회 관계자가 티샷 순서에 따라 장하나를 먼저 부르자 전인지는 미소를 띤 얼굴로 언니의 선전을 기원했다.

전인지는 정면을 응시하고 장하나의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조용히 지켜봤다.

드라이버 샷을 날린 뒤 이번에는 장하나가 전인지의 소개 때 동생의 좋은 성적을 바라며 박수를 보냈다.

드라이버가 공을 맞히는 순간까지 장하나는 유심히 관찰했다.

장하나 측의 한 관계자는 “두 선수가 대회 전에 당연히 화해했다”면서 “원래 친한 관계이고 두 부모님끼리도 잘 아는 사이”라며 불화가 일단락됐다고 귀띔했다.

전날 한국에서 시애틀로 건너온 이충상 씨는 “전인지의 팬”이라면서 “전인지와 장하나 둘 다 좋은 성적을 올려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서 다시 대결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는 “가방에 부딪힌 전인지의 허리 부상이 오래간다면 모를까 지금은 괜찮아 보인다”면서 “건전한 상식을 지닌 골프팬이라면 한국을 대표하는 두 선수가 모두 잘하기를 바랄 것”이라며 팬들도 양측의 감정을 자극하는 댓글을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 조의 경기가 길어지자 두 선수는 11번 홀 벤치에서 잠시 캐디와 얘기를 나누며 긴장을 풀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과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자 서로 대화하는 모습은 경기 중 볼 수 없었다.

“오늘 두 선수를 따라다니는 갤러리가 전체 조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 같다”던 누군가의 말마따나 장하나, 전인지와 같은 조에 묶인 멜리사 리드(잉글랜드)도 덩달아 한국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장하나의 팬이나 전인지의 팬 모두 멋진 샷이 나올 땐 ‘굿 샷’이라는 탄성을, 안타까운 샷이 나올 땐 탄식을 함께 내뱉었다.

명승부를 바라는 양쪽 팬들의 마음에선 앙금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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