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쑥스러운 골’ 떨쳐야
‘홍명보호 1기’에서 내려선 이동국(34·전북)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에 도전한다.이동국
K리그 30년 역사에서 최다 연속 경기 득점 기록은 1995년 황선홍 포항 감독이 당시 포항 소속으로, 2000년 김도훈 강원 코치가 당시 전북에서 뛰며 기록한 8경기 연속 골이다.
둘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이동국은 이날 부산전과 오는 16일 안방에서 대전을 상대로 골맛을 봐야 한다. 보름 뒤인 31일 다시 부산과의 대결에서도 그물을 출렁인다면 누구도 오르지 못한 대기록을 쓰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연속 득점 행진에 다소 쑥스러운 골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성남과의 홈 경기를 1-2로 뒤진 상황에서 팀 동료가 다쳐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성남 선수가 공을 그라운드 밖으로 내보냈다. 마땅히 이 공을 성남에 돌려주는 것이 축구계 불문율인데 드로인을 받았던 이동국이 성남 골키퍼 전상욱에게 돌려준다고 찬 공이 어이없게도 앞으로 걸어나오던 전상욱의 키를 넘어 그물을 출렁였다. 이 바람에 전북 골키퍼 최은성이 미안하다는 뜻을 담아 자책골을 넣어 화제가 됐다.
겸연쩍게 대기록을 잇게 된 걸 떨쳐내려면 지난 10일 울산과의 FA컵 16강전 후반 38분 선보인 감각적인 슈팅과 같은 득점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한편 FA컵 16강전 이후 사흘 만에 K리그 클래식에서 마주하는 리턴매치 두 경기도 관심을 끈다. 순위 다툼도 얽혀 있다. 전반 23분 송진형의 득점으로 수원을 1-0으로 따돌린 제주는 홈에서 상대에 강했던 전력을 내세워 자신감이 충천해 있다.
박경훈 감독은 “힘들지만 FA컵에서의 승리로 선수들의 사기가 올라 있고 동기 부여도 확실해졌다”며 승리를 장담했다.
포항은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꺾은 성남과 다시 마주친다. 성남으로선 명예회복을, 포항으로선 위태로운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승점 3이 필요하다. 두 팀 모두 120분의 혈투로 소진된 체력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2013-07-13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