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유민 선수 어머니, “악성 댓글, 우리 딸 비관 극단 선택 원인 아니다”

故 고유민 선수 어머니, “악성 댓글, 우리 딸 비관 극단 선택 원인 아니다”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0-08-20 17:23
수정 2020-08-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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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악성 댓글로 심신 지쳤다는 의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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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고유민 선수의 어머니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 선수가 악성 댓글이 아닌 구단의 따돌림과 사기계약으로 사망하게 됐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고유민 선수의 어머니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 선수가 악성 댓글이 아닌 구단의 따돌림과 사기계약으로 사망하게 됐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기 광주 오포읍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의 고유민 선수의 유족과 소송 대리인이 고 선수가 의도적 따돌림을 당하고 구단의 사기 계약이 선수를 좌절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고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악성 댓글이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악플 극단 선택 원인 아냐” VS “악플로 심신 지쳤다는 의사 확인”

고 선수 유가족과 고 선수 측을 대리하는 박지훈 변호사는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송영길·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고유민 선수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건 악성 댓글이 아니라 현대건설 배구단의 의도적 따돌림과 사기 갑질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고 선수 어머니도 “제 딸은 강한 아이라 악성 댓글만으로 비관 자살할 정도가 아니다”며 “제 딸이 얼마나 한이 깊었으면 죽어서도 눈을 못감고 있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경찰이 포렌식 수사로 고인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서 찾아낸 자료를 제시하며 “코칭스태프의 의도적인 따돌림은 훈련 배제로 이어졌다”며 “고유민 선수는 숙소에서 자해를 한 동료를 감싸다가 눈 밖에 난 뒤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 수 있을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밝힌 입장문에서 “고 선수는 지난 19~20시즌 27경기 중 25경기, 18~19시즌은 30경기 중 24경기에 출전 하는 등 꾸준히 경기에 참여했고, 과거 시즌 보다 더 많은 경기를 출전했다”며 “경기 및 훈련을 제외 시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현대건설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자해 사건은 이도희 감독 부임 전에 있었던 일이다”라며 “그 선수도 악성 DM(인스타그램 개인 메시지·Direct Message) 때문에 힘들어 했다고 들었다”고 해명했다.

현대건설은 또 고 선수와의 합의가 ‘계약 해지’가 아닌 ‘계약 중지’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고인은 2019~2020 시즌이 진행 중이던 2020년 2월 29일 아무런 의사 표명없이 팀을 이탈했다”며 “이탈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결과, 고인은 인터넷 악플로 심신이 지쳐 상당 기간 구단을 떠나 있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구단에서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상호합의 하에 3월 30일자로 계약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고유민 선수, 구단과 트레이드 약속 뒤 계약 해지 합의해

또 유가족 측은 고 선수와 구단이 타 구단으로의 트레이드를 전제로 한 계약해지 합의가 있었음에도 임의탈퇴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현대건설은 고 선수에게 ‘트레이드를 시켜주겠다’며 ‘선수 계약 해지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요구했고 고 선수는 구단의 말을 믿고 3월 30일 사인했다”며 “한달 뒤인 5월 1일 현대건설은 일방적으로 고 선수를 임의 탈퇴 처리했다”고 밝혔다.
고유민 선수 유가족이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제공한 고유민 선수와 현대건설이 작성한 선수 계약 해지 합의서. 지난 3월 30일 작성됐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고유민 선수 유가족이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제공한 고유민 선수와 현대건설이 작성한 선수 계약 해지 합의서. 지난 3월 30일 작성됐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유가족 측이 이날 공개한 ‘선수계약합의서’에는 3월 30일자로 양측의 도장과 사인이 있다. 1항에는 “선수는 구단과의 2019년 4월 1일 체결된 현대건설 배구단 선수 계약서 계약조건 제 22조 제1항, 훈련태만 및 불참 등에 따른 선수 계약 해지를 아래와 같이 합의하기로 한다”고 나온다.
2020년 4월 20일 현대건설 배구단 국장과 고 고유민 선수가 나눈 메시지. 고유민은 구단이 트레이드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선수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했다. 이 계약서에는 선수의 훈련 태만이라는 불공정한 계약 내용이 있었다.   현대건설 배구단 사무국장은 계약해지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도장을 찍기에 앞서 고유민 선수에게 트레이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유민 선수 유가족 제공
2020년 4월 20일 현대건설 배구단 국장과 고 고유민 선수가 나눈 메시지. 고유민은 구단이 트레이드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선수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했다. 이 계약서에는 선수의 훈련 태만이라는 불공정한 계약 내용이 있었다.
현대건설 배구단 사무국장은 계약해지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도장을 찍기에 앞서 고유민 선수에게 트레이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유민 선수 유가족 제공
고 선수는 임의 탈퇴 소식을 접하기 전인 4월 20일 현대건설 사무국장에게 트레이드가 가능한지 물어보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때 현대건설 사무국장은 “FA 끝나고, 5~6월 사이에 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고 선수가 “트레이드 가능한 팀 알아봐주실 수 있냐”며 “전 제가 필요한 곳에 있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자 현대건설은 “끝나고 감독님하고 상의할게”라고 답했다.
현대건설이 자신을 기습적으로 임의탈퇴 공시했다는 걸 한국배구연맹으로부터 통보받은 고유민이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  고유민 선수 유가족 제공
현대건설이 자신을 기습적으로 임의탈퇴 공시했다는 걸 한국배구연맹으로부터 통보받은 고유민이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
고유민 선수 유가족 제공
하지만 고 선수가 갑작스러운 임의탈퇴 소식을 접한 뒤 가족, 지인, 동료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어제 연맹에서 임의 탈퇴가 맞냐고 확인 차 전화왔다”, “계약 해지 합의서 들고 올 때는 좋은 조건으로 해준다고 해놓고 말도 없이 임의 탈퇴 공시했다”는 내용이 있다.
현대건설 배구단과의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한 뒤 동료 배구인에게 고유민이 잔여 연봉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장면. 고유민은 이때의 계약해지가 트레이드를 위한 절차로 인식했다.  고유민 선수 유가족 제공
현대건설 배구단과의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한 뒤 동료 배구인에게 고유민이 잔여 연봉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장면. 고유민은 이때의 계약해지가 트레이드를 위한 절차로 인식했다.
고유민 선수 유가족 제공
게다가 유가족 측은 “현대건설은 고 선수에게 2020년 2월분 급여까지만 지급했다”며 “원래 지급해야할 7월까지의 급여는 이후 일절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이로 인해 고 선수가 구단과 계약이 해지됐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현대건설, 임의 탈퇴 후 고유민 의사 한번 더 확인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임의 탈퇴 공시를 한 뒤에도 다른 팀들과 이해관계가 맞으면 트레이드를 할 수 있다”며 “다만 트레이드가 성사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규정 상 선수 계약이 유지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임의 탈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즉, 계약 해지를 하도록 합의서를 받은 것이 임의 탈퇴를 위한 통상적인 절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KOVO 관계자는 “트레이드는 임의 탈퇴를 해제한 뒤에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선수와 상의 없이 임의 탈퇴를 공시했다면 트레이드 의사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현대건설은 “구단에서는 임의탈퇴 공시 후 배구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하여 6월 15일 고인과 미팅을 하며 향후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고인은 배구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사가 확고해 배구에 대해 더 이상 미련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고유민 등번호 받은 A선수 배번, 유족 말 듣고 발인 다음날 바꿔

현대건설은 또 입장문에서 고유민 선수의 등번호 7번을 현대건설 배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7번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임의탈퇴 직후 다른 선수에게 주어졌다가 다시 해당 선수가 다른 번호로 바뀌며 논란이 된 바 있다.

고 선수의 어머니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초등학교 때 배구를 시작할 때부터 등번호 7번을 유지했던 유민이에게 7번은 이름보다 중요한 거였다. 그런데 유민이가 임의탈퇴 신분이 되니까 구단에선 곧바로 유민이 등번호를 다른 선수에게 내줘버렸다. 유민이가 그걸 보고서 충격이 컸다. 등번호 얘기 듣고서 얘가 갑자기 무너졌던 거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5월 11일날 A선수에게 7번을 줬다”며 “이후 8월 3일 고 선수 발인하는 날 장례식 현장에서 어머니로부터 등번호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날인 8월 4일 구단 내부적으로 상의해서 배번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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