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대에서 떡값 수준까지…대기업·中企 ‘하늘과 땅 차’
장기 불황으로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가운데 희망퇴직 위로금도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잘나가는 대기업은 중간 퇴직자에게 수억원대의 위로금을 주지만 중소기업은 그저 떡값 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일할 때나 나갈 때나 서럽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최대 5억원 지급하기로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자에게 최대 5억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년인 만 60세까지 남은 기간을 따져 최소 24개월, 최대 60개월치의 퇴직 위로금을 준다. 예컨대 희망퇴직 대상자 2300여명 가운데 가장 젊은 만 50세의 경우 정년까지 남은 기간인 10년의 절반인 5년치, 즉 60개월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런 파격적인 위로금에도 현대중공업 희망퇴직 대상자의 4%인 100여명 만이 퇴직원을 제출하는 데 그쳤다.
앞서 지난 6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GS칼텍스는 45개월치 급여 또는 직영주유소 운영권을 희망퇴직 조건으로 내걸었다. 당시 희망퇴직 대상자 800여명 가운데 약 7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르노삼성은 최대 24개월치 월급 제시
지난 8∼9월에 걸쳐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르노삼성은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24개월치의 월급을 퇴직 위로금으로 제시했다. 접수 결과 전체 임직원 5500여명 가운데 영업직과 사무직을 중심으로 약 15%인 800여명이 신청했다.
반면 불황을 겪고 있는 산업군과 중소기업에서 중간 퇴직하는 임직원들은 이 같은 대우는 꿈도 꾸지 못한다. 3분기 연속 적자로 대규모 사업 개편을 진행 중인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SK컴즈는 희망퇴직자에게 연차에 따라 3~6개월분의 급여를 지급할 계획이다. 또 동부제철은 내년 3월까지 전임직원에 임금을 30% 삭감하기로 했다. 동국제강도 지난 6월 연산 100만t 규모의 포항 1후판공장을 폐쇄했다.
●하도급업체 직원은 막막한 ‘제2 인생’ 시작해야
임원의 50%, 직원 30%를 감축하는 쌍용건설은 퇴직금에다 3~6개월 정도의 급여를 얹어 주는 선에서 노조와 퇴직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풍림산업은 올 상반기 350여명의 직원에게 사직서를 받은 데 이어 연말쯤 100여명을 추가로 감축할 예정이다.
C전자 하도급업체 직원은 “대부분의 중소기업 직원들은 희망퇴직 때 말 그대로 ‘전별금’ 정도의 푼돈이 담긴 봉투를 쥔 채 막막한 ‘제2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12-11-12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