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FTA 2단계 양허협상 돌입…곳곳 ‘암초’

韓中 FTA 2단계 양허협상 돌입…곳곳 ‘암초’

입력 2013-09-06 00:00
업데이트 2013-09-0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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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최종소비재 관세 인하 등 쟁점될듯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틀인 1단계 모댈리티(Modality. 협상기본지침)가 만들어짐에 따라 이제 본격적인 양허 협상 국면에 돌입하게 됐다.

1단계 타결은 작년 5월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래 1년 4개월 만이다.

두 나라는 1단계 협상에서 상품 분야를 일반품목군과 민감품목군으로 나누고 민감품목군은 다시 일반민감품목과 초민감품목으로 세분화해 개방 범위 등을 논의해왔다.

일반품목군은 즉시 또는 10년 이내 철폐, 일반 민감품목군은 10년 이상 20년 이내에 관세를 철폐하고 초민감품목군은 양허 제외를 포함한 다양한 보호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두 나라는 이번 협상에서 전체 품목수(1만2천개) 기준 90%, 수입액 기준 85%의 자유화(관세철폐) 수준에 합의했다.

이는 초민감품목의 범위를 품목수 기준 10%(1천200개), 수입액 기준 15%로 설정했다는 뜻이다. 한-미 FTA(각각 0.2%, 0.9%), 한-유럽연합 FTA(각각 0.4%, 0%)에 비해 보호 품목 대상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중국은 6차 협상까지만 해도 낮은 개방화율 60∼70%대 낮은 수준의 FTA를 원했으나 7차 협상에서 태도를 바꿔 한국 요구(90% 이상)에 거의 근접한 수준의 개방을 약속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한-유럽연합 FTA보다 전체적인 개방화율은 낮지만 중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FTA 가운데 개방화율이 가장 높은 게 스위스와 맺은 84.2%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양보를 받아낸 셈”이라고 전했다.

두 나라는 2단계 본협상에서 일반, 민감, 초민감에 들어갈 품목 리스트를 작성해 교환하고 FTA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협상 과정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어 마지막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항은 물론 중국과의 FTA 체결시 최대 피해가 예상되는 농수산물을 어느 정도까지 보호할 수 있느냐다.

우리 정부는 농수산물 대부분을 초민감품목에 넣어 양허에서 제외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과거 FTA 협상과 달리 이번 협상을 1·2단계 ‘투트랙’으로 나눠 진행하기로 한 것도 농수산물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2005년 이후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 최대 농수산물 수입대상국으로 부상했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농산물 수출액은 7억2천500만달러, 수입액은 40억달러로 32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한-중 FTA가 발효될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전체 수입은 35% 증가하는데 반해 농산물 수입은 105∼209% 증가하며 농업생산은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농수산 업종에 종사하는 국민과 야당·시민단체가 한-중 FTA를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에 기인한다.

하지만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교우위를 점하는 농수산물 분야를 중국이 쉽게 양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양국의 첨예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품목 수 기준 초민감품목 범위를 10%까지 확대한 것은 결국 농수산물 보호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쌀은 양허 대상이 아니라는 기본 방침과 함께 여타 농수산물을 최대한 양허에서 제외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종수입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의 관세제도 역시 이번 협상에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품 가운데 비교적 고관세인 9.5% 이상 관세율을 적용받는 품목 가운데 최종재의 비중이 48.8%에 달한다.

특히 최종재는 대부분이 국내 중소·중견기업에서 생산할 뿐더러 중국 내수시장 공략과도 직결돼 있어 우리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품목이다.

하지만 중국이 내수시장 성장에 맞춰 자국 소비재 산업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게다가 한국산 수출품의 내국민대우, 비관세 조치 철폐·완화, 기술무역장벽(TBT), 위생 및 식물위생(SPS) 등과도 맞물려 있어 2단계 협상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협상단은 타결 시한은 설정하지 않되 되도록 1단계 협상이 1년 넘게 걸린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중국 모두 한-중 FTA가 현재 진행 중인 어떤 다른 FTA 협상보다도 우선한다는 게 공감하고 있다”며 “국익에 한치의 손상이 없도록 치밀하게 준비해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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