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운동선수 과세는 본인신고에 의존…불투명성 논란

연예인·운동선수 과세는 본인신고에 의존…불투명성 논란

입력 2015-01-04 10:24
수정 2015-01-0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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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스포츠 스타들과 월급쟁이의 과세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월급쟁이는 세금이 원천징수되는 ‘유리지갑’인데 비해 예체능인에 대한 과세는 본인 신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각종 광고 촬영과 행사 출연으로 수억∼수십억원을 벌어들이지만 신고하기에 따라 세금 액수는 들쭉날쭉할 수 있다. 고의적인 소득 탈루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연예인·운동선수 세금 어떻게 부과되나

근로소득자는 자신이 1년간 받은 총 수입에서 연말 카드, 부양가족, 의료비 등의 공제를 받고 낸 후의 소득에 대해 과표기준에 따라 세금을 낸다.

공제받은 후의 소득이 1천200만원 이하이면 6%, 1천200만∼4천600만원이면 15%, 4천600만∼8천800만원이면 24%, 8천800만원∼3억원이면 35%, 3억원 이상이면 38%의 세율이 누진적으로 적용된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근로소득자처럼 인적공제 등 일부 공제를 받지만 가장 큰 차이는 업무와 관련된 경비를 인정받는다는 점이다. 한 연예인이 1년간 벌어들인 수입이 총 10억원이고, 사용 경비가 6억원이면 4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된다는 것이다.

경비는 ‘업무와 관련된’ 비용만 인정받을 수 있다. 연예인은 의상비, 코디, 운전기사 등 연예 활동과 관련된 비용이다. 운동선수는 야구배트 등 각종 장비나 체력단련비, 코치비 등이 비용으로 인정될 수 있다.

2013년 기준 연수입이 7천500만원 이하로 장부를 기재할 여력이 되지 않는 개인사업자는 과세당국에서 정한 비율에 따라 경비를 인정받고 세금을 낸다. 그러나 7천500만원이 넘으면 직접 비용 등을 기재한 장부를 작성해야 한다.

◇비용처리는 ‘뻥튀기’…소득 누락도 문제

문제는 연예인과 운동선수의 경비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과표기준은 근로소득자와 똑같이 적용되지만, 이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경비가 어느 정도가 되느냐에 따라서 부과되는 세금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올해 8월 논란이 된 배우 송혜교의 종합소득세 신고 누락 사례가 대표적이다.

송씨는 2012년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총 54억9천600만원을 아무런 지출 증명서류 없이 필요경비에 포함시켜 신고한 사실이 적발됐다.

서울지방국세청은 당시 송씨가 이를 통해 3년 동안 세금 총 25억5천700만원을 과소신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방송인 강호동도 2011년 세금 과소납부에 대해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필요 경비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인정받지 못해 가산세 등을 포함 7억원 가량의 추징세를 내야 했다.

이처럼 연예인의 소득신고 내역을 꼼꼼이 살펴보면 ‘경비 부풀리기’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세무사는 “운동선수나 연예인은 과세당국이 정해준 경비율에 따라 신고하는 사람은 사실상 아무도 없다”며 “자신이 장부로 기재한 경비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내는 세금이 크게 달라지는데, 이들의 세금을 일률적으로 얼마라고 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소득 금액 자체가 제대로 신고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가수들 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해외 공연이나 각종 행사에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은 채 출연료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2011년에 가수 인순이와 배우 김아중이 각각 소득액을 줄여 신고한 것이 국세청에 적발돼 수억원씩을 추징당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과세당국 관계자는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당 연예인이 출연한 행사를 확인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성실납세 의식 부족”…”애매한 과세 체계도 문제”

세무 전문가들은 연예인들이 탈세의 유혹에 빠지는 가장 큰 원인인 비용처리와 관련한 절차가 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꼽았다.

다른 일반 개인사업자들처럼 고정 비용이 많지 않은데다 활동과 관련해 발생하는 비용은 소속 기획사에서 경비로 처리하기 때문에 개인 소득세를 신고할 때에는 ‘가공 경비’를 꾸며내 세금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세무대리인들이 이런 관행에 잘못을 지적할 때에도 연예인 등이 비용 처리를 해달라는 요구를 무작정 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연예인들의 신용카드 등 사용내역까지 수년치를 파악해 기존에 신고된 소득액보다 더 큰 돈을 쓸 경우 이 자금원을 역추적하는 등 탈세 사실을 밝히기 위한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세무법인 보광의 김래득 이사는 “연예인들은 비용 처리를 할 게 없다 보니 가공경비를 만들어 넣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적발되면 훨씬 높은 비율의 가산세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김한기 국장은 “고액의 소득을 올리는 연예인의 경우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고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세금 납부에 있어서도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행 과세 체계가 애매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명확하지 않은 기준 때문에 예전에는 별 탈 없이 접수됐던 소득신고 내용이 나중에 문제가 되면서 연예인 입장에서는 이미지 실추에 더해 거액의 가산세까지 내야 하는 등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 연예인이 후배와 식사를 하고 낸 돈이 개인적인 비용인지, 사업상 필요에 따른 것으로 업무비용 처리를 할 수 있는지가 애매한데, 이를 비용으로 신고했다가 탈세로 결론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는 “이런 경우 결국은 국세청이 판단하기에 따라 달라진다”며 “규정이 불명확한 상황에서는 연예인도 납세자 입장에서 절세하는 방향으로 소득신고를 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연예인은 통상의 사업자 기준에 맞지 않는 여러가지 활동 비용이 드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연예인들이 탈세를 할 여지를 줄이려면 이런 세무행정 절차를 좀 더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실련 김 국장은 “국세청이 납세 관련 규정과 근거를 명확히 해서 연예인들이 편법을 저지를 여지를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탈세가 적발되면 처벌도 엄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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