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소세 개편논의 ‘눈덩이’…적절성 논란

근소세 개편논의 ‘눈덩이’…적절성 논란

입력 2015-01-21 09:08
수정 2015-01-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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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에 대한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 자녀나 노후와 관련된 공제 뿐아니라 교육비와 의료비에 대한 공제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근로소득세 전반 뿐아니라 세금제도 전체의 틀을 완전히 손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세수결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론에 떠밀려 제도 자체를 크게 흔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세제를 통한 부의 재분배를 꾀하는 세액공제 방식이 안착하지 못하고 소득공제 방식으로 되돌아가서는는 안된다는 의견도 많다.

◇24%이던 공제율이 15%로…與일각서도 “조정 필요”

샐러리맨인 박모(46)씨는 과거 연말정산시 교육비, 의료비와 관련해 세금을 돌려받는 재미가 쏠쏠했다.

당시 소득공제 방식이던 연말정산에서 교육비, 의료비의 공제율은 24%에 달했다. 하지만 세제 개편으로 소득공제가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공제율은 15%로 낮아졌다.

박씨는 “바쁜 일정 때문에 아직 연말정산을 하지 못했지만, 단순한 셈법으로도 환급액이 줄었을 것이 뻔히 보인다”며 “그게 단돈 몇만 원일지라도 월급쟁이한테는 작은 금액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교육비, 의료비의 세액공제율 인상을 검토하는 것은 박씨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들이 연말정산과 관련해서 가장 비중있게 느끼는 항목 가운데 두 비용이 최우선순위에 꼽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바뀐 연말정산 방식으로도 연봉 5천500만원 이하인 근로자의 평균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연봉을 받는 많은 중산층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비와 의료비에 대한 중산·서민층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는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연말정산 결과가 끝난 뒤 여야가 논의해야 한다”고 전제를 단 뒤 “교육비·의료비 세액공제율을 조정하는 방향을 포함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3월에 연말정산 액수를 본 뒤 (교육비·의료비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도

정부는 교육비·의료비의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방안을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교육비·의료비에 대한 공제율을 높이면 예전 그대로 돌아가는 것밖에 더 되냐”며 “다른 방향으로 검토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방안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잘라말했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도 “세법을 조각조각 개정하면 안 그래도 누더기 같은 연말정산이 더 누더기가 될 우려가 있다”며 “연말정산이 끝난 뒤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교육비·의료비를 포함해 현재 15%인 세액공제율을 5%포인트 올려 2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세법 개정안을 당 차원에서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수 추계를 엄밀히 따진 다음 세액공제율을 15%에서 좀 더 올려 봉급생활자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리는 세법 개정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공제율을 높이는 것이 나라살림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조원이 넘는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이 확실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펑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들끓는 민심을 달랠 목적으로 세금을 깎는 것은 포퓰리즘적인 성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민 복지를 향상시키려면 앞으로 재정으로 해야 되는 일이 많다”며 “국민의 부담을 줄이려면 장기적으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재정의 역할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옥동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올해 연말정산 결과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세액공제와 비과세·감면 축소는 이성적으로는 올바른 방향”이라면서 “현행 세액공제 제도를 유지하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미세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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