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탄 휠체어 미는 신동주 연출될수도”
정부와 정치권의 롯데 분쟁 개입이 본격화한 가운데 롯데그룹의 향배가 주목된다.롯데그룹의 후계분쟁 흐름은 신동주·동빈 형제의 난에서 신격호·동빈 부자 갈등으로 치닫다가 국민과 정부의 거센 ‘반(反) 롯데’ 후폭풍에 직면한 상황이다.
따라서 한일 양쪽의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그리고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할 것 없이 사면초가에 처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한일 양국의 롯데에 대한 반감을 잠재워야 하고 내부의 경영권 굳히기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 신동빈’ 세력은 그간 뚜렷한 반전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상황을 반전시킬 ‘신의 한 수’를 찾아야 할 궁색한 입장이 됐다.
롯데 경영권 분쟁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한일 롯데그룹 보유지분이 만만치 않은데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도 계속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불씨’를 안은 채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롯데 개혁’ 수술대…신동빈측 “성실하게 임하겠다”
정부의 압박은 구체적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롯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자금흐름을 엄밀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416개 순환출자라는 문어발식 경영도 문제이지만 불법적인 자금 운용 여부도 가려 손보겠다는 의지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은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기업 총수가 가진 국내 계열사 지분을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해외 계열사가 국내 기업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투명하게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으로, 이런 규정이 법제화하면 한일 롯데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사실 총수와 그 관련자의 해외 계열사 지분 현황과 해외 계열사의 국내 출자현황만 파악해도 롯데그룹의 후계 분쟁의 향배까지도 점칠 수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우호 지분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 롯데 경영 지배권이 차후 열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일단락될 예정인 가운데 아직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신동빈 회장은 지금 상황으로선 롯데홀딩스의 지분 현황 공개를 꺼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4일 한국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비상장회사여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 측이 지금의 정부와 정치권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장 연말 예정인 롯데면세점 소공점·월드타워점 재입찰, 부산 북한의 카지노 복합리조트사업, 롯데정보통신의 기업공개 등 롯데그룹 핵심사업의 생사여부가 정부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슬퍼런 요구에 롯데그룹은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쪽으로 해법을 모색해가고 있다.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금감원, 공정위, 국세청의 자료 요구에 성실하게 따르는 한편 정부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는 게 그룹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귀국 나흘째인 7일에도 집무실에 칩거하면서 정책분야의 핵심 황각규 롯데그룹 운영실장과 계열사 분야의 핵심인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과 함께 향후 대책 논의하는 ‘로키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일 롯데 장악한 신동빈…신격호·동주 반격할까
외견상 한일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모두 ‘접수’했다고 할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작년 말 신동주 전 부회장이 낙마한 걸 계기로, 법적인 한일 롯데 장악 조처를 숨가쁘게 단행해왔다.
지난달 27일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장악 시도가 있지만, 지난 7개월 넘게 주도면밀하게 진행해온 신동빈 회장의 한일 롯데 동시 경영 ‘원톱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해왔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6월 30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 롯데 지배고리의 정점인 호텔 롯데의 최대주주인 L투자회사 12곳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로 올랐다. 이들 L투자회사를 쥠으로써 한국롯데의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조치였다. L투자회사 11곳이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쥐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8일 L투자회사 이외의 다른 지배고리인 일본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어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일선 퇴진시키고, 대표이사로 올랐다.
이로써 적어도 겉으로는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를 장악했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아무런 상의도 없이 자신을 일선 퇴진시킨데 격노한 신 총괄회장은 물론 신동주 전 부회장, 그리고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 ‘반 신동빈’ 세력이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동빈 회장은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로까지 등기해 한일 롯데의 경영권을 확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것이 곧바로 주주의 지지까지 확보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차후 열릴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후계분쟁의 승패를 가를 분수령이다.
정관에 없는데도 신격호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일선 퇴진시켰던 만큼, 정관 변경을 해야 하는데다 신동주 전 부회장도 일본 상법상 주총 소집 요건인 3%의 지분은 확보할 것으로 보여 주총 개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일 양국에서 ‘반 롯데’ 정서가 비등한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과 ‘반 신동빈 세력’ 모두 시기를 재고 있으나 승부의 시간은 점차 다가오고 있다.
신동빈 회장 측은 일단 갈등을 더 해봐야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부친 곁을 지키며 롯데호텔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으나 승부처인 주총 승리를 위해 가족과 친척 내에선 ‘반 신동빈 분위기’ 다지기에 주력하면서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신격호 총괄회장이 전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이 탄 휠체어를 직접 밀고 언론에 나타나 적극적으로 주주 설득에 나서는 한편, 가족 내부의 타협을 유도할 것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에서도 당시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간의 다툼에 정주영 회장이 노구를 이끌고 등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신격호 회장의 직접 등장을 점치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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