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제2의 STX조선 안 될까

대우조선, 제2의 STX조선 안 될까

입력 2015-10-29 16:33
업데이트 2015-10-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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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조 빨아들인 STX조선,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 “잘못되면 누가 책임질지 분명히 해 놓아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주축으로 하는 채권단이 대규모 부실로 경영위기에 놓인 대우조선해양에 29일 4조2천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로 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대우조선이 조속히 정상화되고 그에 따른 자금 회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침체한 조선업황을 고려한다면 과연 그 목표를 이룰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대우조선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2년 넘게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STX조선해양이다.

STX조선은 글로벌 불황 여파로 재무구조가 악화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2013년 5월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자율협약 체결 이후 회계법인 실사를 거쳐 STX조선에는 2조7천억원의 자금이 투입됐으나 건조능력이 되지 않는 선박 수주의 취소와 원가 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신규 수주 축소로 손실이 계속 발생해 추가 지원이 불가피해졌다.

채권단은 이듬해 2월에 1조8천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

이렇게 4조5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STX조선은 자본잠식 상태로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에는 STX에 쏟아부은 총 자금에 맞먹는 어마어마한 유동성이 사실상 한꺼번에 투입되는 만큼 대우조선이 STX 전철(前轍)을 밟게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26일 성명을 내고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안은 STX조선처럼 잘못된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임시방편으로 긴급 자금지원만을 실시하려는 정부의 구조조정안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채권단과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은 STX조선과는 다른 길을 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세계 ‘톱3’에 속하는 정상급 기술력을 보유해 해양플랜트 부문 실패로 인한 충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지원하면 조속한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은 중형 탱커선(5만∼7만t)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구성된 회사”라며 “대우조선은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특수선 등 해양-상선-특수선의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고부가가치선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조선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빅3’가 산업 경쟁력이 없지 않다”며 “신설·중견 조선사들은 다양한 분야 가운데 특징적인 분야가 없었기에 회생이 의문스럽지만 대형사들은 재무적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분명히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회생 가능성에 대한 의문의 배경에는 중국 조선업의 급성장이 있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보자면 조선업은 다른 분야와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를 들어 전기·전자산업의 샤오미와 같은 경우는 민간에서 혁신 기업이 나타난 케이스지만, 중국 조선업은 비록 물량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국유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며 “중국 조선사들을 놓고 ‘우리나라 성동조선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수준이므로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는 우리 조선사들이 최고 수준”이라고 평했다.

물론 단순히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 대우조선을 정상화시킬 수는 없다.

김 교수는 “노조의 동의서를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라며 “재무적 지원 이후로도 ‘주인없는 기업’에서 낙하산 인사와 외압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건전화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사태에 책임이 있는 내부 경영진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민·형사상 책임을 지우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STX조선 사태 때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분명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STX조선 사태는 조선산업 위기의 초창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분명한 시그널을 준 케이스인데, 그때 대응하지 못하고 뭐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책임을 묻지 않고 일단 지원하고 보자는 식은 안된다”며 “살아날 방법에 대해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가 나와야 하고, 잘못되면 누가 책임질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 대우조선 지원은 그 과정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며 “창조경제를 하고 좀비기업을 정리한다면서 대기업에 지원해 ‘대마’를 만드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철학적인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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