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규제에 금리인상까지…저금리에 풀린 유동성 ‘비상’

9·13규제에 금리인상까지…저금리에 풀린 유동성 ‘비상’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9-30 10:52
수정 2018-09-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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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금리 대다수인 전세·자영업·신용대출 ‘아슬아슬’ 고금리 다중채무자 대출 시한폭탄…“대응책 마련해야”

9·13 대출규제에 미국 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면서 저금리에 풀린 유동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통상 금리 인상은 저신용·다중채무자 등 어려운 계층에게 집중적으로 충격을 주지만 이번엔 9·13 대출규제까지 겹치면서 1주택자·다주택자 등 중산층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최근 급속히 불어난 전세대출과 자영업자대출, 신용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 인상에 따른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 가계부채 1천500조…금리 0.25%p 오르면 이자 2.3조↑

30일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한국의 가계신용은 1천493조2천억원으로 1년 전 같은 시점의 1천387조9천억원 대비 7.6%(105조2천억원)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1.1%로 계속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추세다.

한은이 이달 중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자료를 보면 2009∼2016년 중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속도’(부채 증가율-소득 증가율)는 3.1%포인트로 같은 기간 OECD 평균인 0.4%포인트의 7.8배 수준으로 빠르다.

소득보다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경제 주체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금융권에서는 금리가 0.25%p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2조3천억원 안팎 늘어나는 것으로 본다. 이는 가계부채 중 변동금리 대출 규모를 산정하고 이 대출의 금리가 그만큼 올랐을 때 늘어나는 추가 부담을 의미한다.

일례로 3억원을 연 3.5%에 대출받은 사람은 한해 1천50만원을 이자로 내지만 금리가 0.25%포인트 오른 3.75%가 되면 연이자부담이 1천125만원으로 75만원 늘어나게 된다.

◇ 취약대출 85조…고용·소득도 타격 입은 계층

이런 상황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이른바 취약차주다.

한은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상태(통상 하위 30% 이내)이거나 저신용(7~10등급)인 사람들을 취약차주로 분류한다. 6월말 기준 149만9천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대출이 85조1천억원에 달한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고 또 저신용인 가장 취약한 차주의 대출은 12조8천억원이다. 이들은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이 정말 터진다면 도화선 역할을 할 가능성이 가장 큰 약한 고리다.

취약차주의 대출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 집중돼 있다. 또 담보가 없다 보니 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이 많다. 가뜩이나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으므로 이자 부담이 조금만 더 커져도 부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이들은 일자리와 소득 등 측면에서 이미 타격을 입은 상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농어가 제외) 중 1분위(하위 20%)의 올해 2분기 실질소득은 월평균 127만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12만6천원(9.0%) 줄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올해 들어 지속되는 일자리 쇼크 역시 임시·일용직 계층에 더 가혹한 상처를 입히고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다중채무자를 가장 약한 고리로 보고 있지만, 범위는 한은보다 다소 넓은 380만명으로 분류해놓고 있다. 금감원은 다중채무자의 비은행권 대출이 부실해지면 시차를 두고 은행권 대출 부실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급속 증가한 전세·신용대출 금리 위험에 노출

지난해와 올해 급속히 불어난 전세대출과 신용대출도 금리 인상에 따라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 대출은 고정금리 비중이 극히 낮은 대출인만큼 시중금리 상승이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는 최종 대출금리로 이어지게 된다.

KB국민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8월말 기준 57조8천663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40조3천118억원에 비하면 17조5천545억원이나 늘었다.

일반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이 포함된 은행의 기타대출 역시 8월말 기준 210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14조7천억원이 늘어난 결과다.

역시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한 임대사업자 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이 부담이다. 임대사업자 대출이 투기지역에 대한 주택대출 LTV 규제(40%)의 우회로로 활용되면서 많게는 80~90%까지 대출이 나갔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

◇ 600조 육박 자영업대출…최저임금·경기악화까지

6월말 기준 590조7천억원에 달하는 자영업대출은 또 다른 뇌관이다.

올해 들어서면 41조5천억원이 늘어날 만큼 증가세가 가파르지만, 부실화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창업에 따른 사업자금 성격의 대출이 더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 등 원가 부담 요인은 커진 반면 체감경기는 지속해서 악화하면서 자영업 경기는 계속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9·13 대출규제 역시 유동성을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갭투자·원정투자 등으로 집값을 끌어올린 다주택자와 시세차익을 노린 고가주택 매입자들은 신규 대출이 막히므로 대출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다주택 상황을 해소할 수밖에 없다.

특히 근로소득보다 대출에 의지해 다주택자가 된 사람들은 주택을 처분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취약계층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으므로 금리가 오를 경우 더 큰 타격을 입는다”면서 “고용이나 소득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커지고 있으므로 이들의 부실화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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